[오감자의 맛있는골프] 복수는 아내의 것

중앙일보

입력

바람만 불어도 금방이라도 날아갈껏 같은 한 남자 골퍼가 있었다 .
 
몇년전 무더운 여름날.
 
그는(가명-김연약) 친구 2분과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을꺼 같은 그의 아내를 모시고 왔다.
 
김연약 골퍼는 그간 몇년동안 친구들에게 매번 돈을 잃은 눈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집안 대대로 조상이 물려준건 '연약한 힘'과 '해드업'하는 비법만 남겨 주셨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30년간 끊임없는 해드업만 하신채 팔로만 '까딱 까딱' 골프를 치다가 아파트 한채 값을 친구들에게 잃었고, 아들에게 자신이 달성하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게 하고 싶은거였다.
 
그의 아버지 꿈은 그리 큰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디가서 남들한테 매맞고 다니지 말고 골프칠때 더도 말고 중간만 해라. 즉, '본전만 하던지 어쩌다가 운좋으면 배춧잎 한장 정도만 따 와라'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소막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아들인 김연약 골퍼는 매번 돈을 잃고 다닌 모양이다.
 
친구들 표정이 '아! 오늘도 김연약 부부가 돈을 다 잃어주겠구나...ㅋㅋㅋ'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의 아내를 친구들과의 내기에 동참시켰다.
 
그의 아내. 몸무게 얼추 60kg 이상.
 
그녀는 남편의 친구분들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진행상 레귤러티에서 함께 치겠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아~~예~~그러세요." *^^*
 
이렇게 내기는 시작됐다.
 
드뎌 그녀의 티샷. 바람을 가르는 듯한 힘찬 연습 스윙.(이 소리는 보통 남자 골퍼의 스윙에서나 나올수 있는 힘찬 소리)

그러나 뭐 연습 스윙만 힘차게 뽐내도 정작 본스윙때는 힘없이 치는 골퍼들을 많이 봐왔기에 나는 그저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굿~~샤앗 ~~!!"
 
그녀의 볼은 힘차게 한없이 날라갔다.
 
공의 탄도는 보통의 여자 골퍼에게서는 볼수 없는 탄도였다.
 
'앗! 이럴수가.'
 
친구들은 '오늘은 돈을 두배로 따겠구나'하는 표정으로 웃고 떠들다가 그녀의 첫 티샷을 보는 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볼은 가장 이상적인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이제 김연약 골퍼의 샷.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힘없이 금방 떨어졌다.
 
그의 아내는 매번 가장 이상적인 자리에 볼을 치는데 우리의 김언약님은 매번 가장 이상한 자리에 볼을 쳤다.

김연약님은 매번 세컨드샷으로 우드 2종세트(3번우드, 5번우드)를 들고 갔다. 왜냐면 150 야드가 남아도 우드 7번으로 칠 정도로 비거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아내는 150야드 근처에서 6, 7번 아이언만 주면 가볍게 온그린을 시킬 정도였다.
 
친구들은 그녀의 샷에 하나 둘씩 무너져 내렸다.
 
드라이버를 함께 쳐도 그녀는 남편의 친구들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갔다. 모두들 그녀의 힘에 놀라고, 그녀의 우람한 외모에 놀라고, 그녀의 골프 실력에 놀랐던 것이다.
 
집안 대대로 골프에 소질없던 김연약님에게 그녀의 샷은 한줄기의 빛과 소금이었다.
 
매번 잃기만 하던 그는 오늘만큼은 아내가 딴 돈을 세어보느라 바쁜 하루였다.
 
"여보~~사랑해~~~죽을때까지 내 이 은혜 잊지 않을께." *^^*
 
"평생 설거지랑 청소 내가 다 해줄께. 당신은 그시간에 연습장 가서 골프 연습을 하구 있어. 그리고 부디 그동안 내가 잃었던 수많은 돈만 좀더 갈취해와~~알았지?"
 
그는 이렇게 소리치며 라운드를 마쳤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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