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확충사업 권역별 집중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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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6년까지 인구 10만명당 1개 도서관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서관확충사업이 실시되고있다. 도서관의 절대수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환영할만한 일로 생각되나 자칫하면 수적인 포만감만 충족시킨 채 질적인 개선이 도외시될 여지도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국내 도서관 수는 인구18만명당 1개소로 미국의 2만6천명당, 일본 7만6천명당 1개소에 비해 크게 뒤진 것이 사실이다. 도서관이 전혀 없는 시·군·구지역도 전국에 50여군데나 된다.
문제는 새 도서관이 많이 세워져서 절대수 부족을 해소하더라도 도서관의 제반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서관의 질적 개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만 한다. 납본으로 국내에서 발간되는 모든 책을 수장하는 국립 중앙도서관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도서관은 대부분 동네독서실 수준을 넘지 못한다. 지금 있는 도서관조차도 장서 부족·열람실 부족·사서 부족등 도서관 운영의 기본부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것은 도서관 예산의 절대부족에서 연유하는 것이란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실정에서 과학입국·기술자립이란 목표는 마치 갓난아이가 걷기도 전에 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간 발행도서의 절반도 구입할 수 없는 빈약한 예산으로 내실있는 도서관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때문에 나는 몇 개 도서관만이라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대도시 혹은 각 도청소재지에 있는 기존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 국립중앙도서관에 버금가는 지역거점 정보센터로 육성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지방학생들이 논문한편 쓰기 위해 서울까지 가도록 하려는가. 이러한 현실에서 지역문화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정보화사회에 있어서 도서관은 단순한 고서보관소이기보다 명실상부한 최신정보 제공처로서의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도서관에 가면 자신의 전공에 관한 최신자료를 얻을 수 있고 폭넓은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도서관의 자료구입 예산이 대폭 늘어나야 할 것이다.
1인당 GNP가 3백달러에 불과한 중국의 북경도서관도 1천5백만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은 겨우 1백50만여권을 소장하고 있다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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