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문닫는 박물관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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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미국의 박물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9천여개에 이르는 미박물관들중 대부분이 재정난에 허덕여 개관시간을 대폭 줄이는가하면, 수주동안 길게는 몇 달씩 문을 닫고 있다.
심지어 몇몇 박물관은 아예 폐쇄됐고 직원들이 감원되기도 했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이같은 박물관 수난현상을 일컬어 「문화충격」「문화적 체르노빌 원전사고」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잇따른 박물관폐쇄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뉴욕주 바드대의 에디스 블럼 아트연구소가 이달초 문을 닫았고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자연사·과학박물관이 지난해 개관 6개월만에 폐쇄됐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시 부근 에피 요 네이처센터는 폐쇄직전에 있으며, 볼티모어박물관 역시 지난 1월 2주동안이나 문을 닫았으며 지금도 한 주에 며칠은 박물관 문을 내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1주일에 며칠간은 문을 닫은 채 갤러리의 반가량만 개관하고 있는 디트로이트 아트연구소는 직원의 약 절반을 감원했다.
미국 최대규모의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
이 박물관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와 수요일 오전은 갤러리를 폐쇄하는 등 개관시간을 점차 줄이고 있어 문화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있다.
이처럼 미국 박물관들이 호된 시련을 겪고 있는 이유는▲미 사회 전반에 걸친 오랜 불황▲정부 예산 삭감▲운영비 급증▲정부의 무관심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시로부터 재정지원이 동결될 필라델피아박물관의 로버트 스콧관장은 『박물관 수난은 생활고와 연방정부재정지원의 감축이 가져온 결과』라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미 박물관협회는 86년 세법개정이후 박물관에 대한 기부금이 현저히 줄었으며 88년에만도 60%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1백4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도 개관이래 처음으로 관람객들에게 기부금을 호소하고 있다.
재정의 85%는 연방정부에 의존하고 나머지는 잡지판매, 박물관내 상점등에서 충당하고 있는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정부지원이 여의치 않고 부수입마저 매년 수백만달러씩 줄어들자 관람객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때문에 박물관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입장요금을 효과적으로 올리고 외국박물관들과의 합병 또는 교류확대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박물관관계자들은『지금은 뭔가 창조적이고 개혁적인 것이 필요할 때』라고 박물관 운영의 혁명적 개선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다. <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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