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기사회생] "파국 막자" 국민銀 막판 급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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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LG카드의 처리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던 정부와 국민.신한은행이 막판에 몰린 끝에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았다. 정부는 명분을 얻고 채권단은 실익을 챙기는 절충안이다.

4개 금융회사를 LG카드 출자전환에 참여시켜 형식상 LG카드를 공동관리하는 모양새를 갖추되, 산업은행이 나머지 금융회사의 의결권을 위탁받아 책임경영을 하도록 해 내용상으론 단독관리를 하는 방안이다. 다만 아직 산업은행과 LG그룹이 추가 자금지원에 책임을 진다는 데 동의하지 않아 마지막 쟁점이 되고 있다.

◇반전 거듭한 협상=7일 오후 5시로 정해진 최후 시한까지 공동관리 방안에 대한 동의서를 내거나 동의 의사를 밝힌 금융회사는 여섯곳에 불과했다. 이때만 해도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국민.신한은행은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임원회의를 열어 논의를 거듭했으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다급해진 정부는 한때 산업은행의 단독 인수안까지 검토했으나 청와대에서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다시 채권단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협상의 물꼬가 트인 것은 7일 늦은 오후부터다.

8일 오전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LG카드의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민은행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LG카드가 부도를 내고 청산되면 국민은행은 국내 선도은행이 금융시장을 파탄에 몰아넣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후 7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기자실로 내려와 형식상 단독관리가 아니어도 단독관리와 비슷한 체제가 되면 처리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이에 화답해 형식상 공동관리를 하되 내용상으로는 단독관리를 하는 쪽으로 협상이 급진전됐다.

◇남은 변수=LG그룹은 앞으로 추가 자금지원을 전적으로 책임지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미 개인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LG카드와 LG투자증권 지분을 내놨고 이와 별도로 지난해 말 2천억원을 유상증자한 데 이어 추가로 8천억원을 대기로 했다"면서 "더 이상 감당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5조원 규모의 채권단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실이 더 드러난다면 이는 LG그룹의 책임"이라며 LG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나머지 금융회사의 의결권 위탁방안을 둘러싼 협상도 남아 있다. 산업은행이 책임경영을 하되 LG카드가 부실화할 경우 어디까지 그 손실을 책임지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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