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의회해산/내각해체 명령/칸대통령/“부정부패·야탄압 자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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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슬라마바드 로이터·AP=연합】 굴람 이샤크 칸 파키스탄대통령은 18일 저녁 의회를 전격 해산하는 한편,나와즈 샤리프총리가 있끄는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임시내각의 총리대행에 펀자브주 출신 정치인 발크 셰르 마자리의원을 임명했다.
이샤크 칸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출범 2년6개월째인 샤리프총리 내각이 부정부패에 젖어 정국 운영을 소홀히 했을뿐 아니라 야당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현정부는 국가안보와 영토보전,그리고 현재 파키스탄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만한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샤크 칸 대통령의 의회 및 내각 해산발표가 있기 수시간전 파키스탄군 병력이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내로 이동,국회의사당 외곽과 라디오·TV방송국 정문에 배치됐으나 현재까지는 별다른 소요사태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야당지도자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요구했으며,의회의장은 정치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의회를 소집했다.
파키스탄 헌법은 의회해산후 90일 이내에 총선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군참모총장 사망후 권력투쟁/전 총리 “저항운동… 정정불안(해설)
굴람 이샤크 칸 파키스탄대통령이 나와즈 샤리프 총리 내각을 총사퇴시킨 것은 지난 1월 아시프 나와즈 군 참모총장 사망이후 노골화된 권력투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프 나와즈총장 사망직후 파키스탄에서는 대통령·군참모총장·총리간에 세력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해 나와즈의 사망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결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이샤크 칸대통령은 군참모총장에 자신의 측근인 압둘 와히드를 임명했으며,이에 대해 샤리프총리는 대통령의 군참모총장 임명권 및 국회해산권을 박탈하겠다고 선언,대통령 권한 축소에 나섰다. 따라서 이샤크 칸대통령은 샤리프총리의 이같은 노력을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파키스탄 정치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군은 이샤크 칸대통령의 정부해산후 이샤크 칸대통령 지지를 표시함으로써 칸대통령과 샤리프총리의 권력투쟁은 대통령의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샤리프총리가 정부해산령에 불복,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저항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당분간 정정불안이 계속될 전망이다.
칸대통령의 정부해산 발표직전 샤리프총리는 경제개혁을 위해 정부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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