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장비부족·… 초기진화 실패/산불 올들어 왜 자꾸 일어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유난히 건조한날 많고 바람도 잦아/대부분 실화… 미리 막을수있는 인재
전국에 산불비상이 걸렸다.
계절적으로 건조한 봄철에 산불이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는 18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피해면적이 2배 가까이 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정성껏 가꾼 삼림이 졸지에 한 줌 잿더미로 바뀌고 있지만 산불전문요원·헬기 등 초기진화에 필요한 기동성있는 인력·장비가 태부족,대형 산불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유별나게 올해 산불이 많은 것은 이례적인 기후탓을 들 수 있다.
지난달 24일 이후 한달 가량 전국적으로 비가 한번도 안온데다 중국쪽에서 발달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람까지 많아 산불이 났다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의 부주의 등 인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행락객 등 입산자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등으로 난 불이 전체의 36%로 가장 많고 논·밭두렁을 태우다 발생한 불이 30%에 이를 정도다.
8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의 평균 산불발생원인을 살펴봐도 ▲입산자 실화 47% ▲논·밭두렁소각 23% ▲성묘객실화 6% ▲어린이 불장난 5% ▲기타 19% 등으로 사람의 부주의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겨우내 쌓아두었던 볏짚 등이 썩지 않고 논에 그대로 방치돼 농가에서 봄철 논갈이때 태워 없애는 도중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산에 옮겨붙어 큰불이 되고 있다고 산림청은 분석했다.
특히 LP가스나 연탄사용농가가 늘면서 낙엽 등을 연료로 쓰는 곳은 크게 줄어든 반면 갈수록 나무가 울창해지는 등 산림내 가연물질이 곳곳에 널려있어 대형산불로 번질 요소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나무가 잘 탈 수 있는 조건은 늘어만 가고 산불을 쉽게 끌 수 있는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불이 났을 경우 초기진화에 나설수 있는 농촌인력이 줄어드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불이 났을때 진화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장비의 부족은 더욱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7일 현재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49건 4백54㏊보다 크게 늘어난 2백14건 8백19㏊로 내무부는 집계했다.
피해집계도 부처마다 다르고 집계방식 또한 기관마다 달라 정확한 피해내용을 파악하는 작업도 더디다. 임야만을 피해로 잡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산불원인이 된 논·밭두렁의 잔디면적까지 피해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전직원과 각 시·도는 물론 읍·면 직원까지 나서 연일 발생하는 산불의 불길을 잡느라 비지땀을 쏟고 있지만 전문인력 등이 없어 효과를 못보고 있다.
일례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전문소방대는 전무한 상태다. 산불방지와 진화 전담요원들로 구성된 전문소방대를 시·군에 갖추려면 수천억원의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며 예산타령에 바쁜게 우리 실정이다.
산불진화에 시급한 헬기확보도 지지부진하다. 산림이 울창하고 산세가 험할뿐 아니라 농촌인력동원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때 소방용 헬기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모두 16대로 성능이 뛰어나다는 벨4­2호 헬기의 경우 한번에 7드럼분의 물을 운반,길이 60m·폭 6m의 산불진화능력이 있고 소화약제를 사용할 때는 3배이상의 진화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당장 필요한 헬기대수만 따져도 27대에 이르는 등 장비의 현대화가 시급하다.
결국 장비·인력부족으로 지역 공무원들까지 나서 갈쿠리 등 기초장비만을 든채 거의 맨몸으로 산불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 효율적인 산불진화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산불은 일반 화재와는 달리 고온으로 접근자체가 어렵고 신속한 방화벽을 만들지 않으면 초기진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장비현대화와 함께 전문인력확보가 시급한 과제다.<김기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