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불법엔 관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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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주최로 '평화적 준법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공공질서 유지 전략 국제 세미나'가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다. 이택순 경찰청장, 함세웅 신부, 일본.프랑스.한국 경찰 관계자들이 시위문화와 관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주제 발표를 한 일본 기동대 오타 노리히코게이시 경시(총경급)는 비디오 한 편을 틀어줬다. 순간 세미나실이 들썩거렸다. 군대 간의 백병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 시위 장면이었다. 이데올로기가 날카롭게 대치했던 1970년대 이전 일본의 모습이었다. 잠시 후 오타 경시는 최근 시위 장면을 보여 줬다. 시위대는 폴리스라인을 정확히 지켰다. 경찰은 교통 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일본에는 단 한 건의 폭력 시위도 없었다.

오타 경시는 "70년대부터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법률이 제정되고, 예외 없이 적용됐다"며 "시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도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상안 경찰대 교수는 "시위문화가 좋아졌지만, 2005년 기준으로 불법 집회.시위로 인한 사회손실 규모가 12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장전배 경찰청 경비과장은 "선진국처럼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이 확대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손해를 끼치면 배상한다'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불법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금전적 배상 강화'는 폭력 시위를 근절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무관용 원칙은 '일관된 법의 집행'을 의미한다.

배상 책임을 묻는 건 보다 강력하고 합리적이다. 2005년 12월 뉴욕 교통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가자 시 당국과 상인협회가 즉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파업을 철회시킨 사례는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두 가지 원칙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세미나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A경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폴리스라인을 상습적으로 넘어도, 직접적인 폭력 행위가 없으면 처벌하기 힘들 때가 많다. 눈치 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회 분위기, 최근 정세, 윗선의 심기에 따라 대응 수준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