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발표를 한 일본 기동대 오타 노리히코게이시 경시(총경급)는 비디오 한 편을 틀어줬다. 순간 세미나실이 들썩거렸다. 군대 간의 백병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 시위 장면이었다. 이데올로기가 날카롭게 대치했던 1970년대 이전 일본의 모습이었다. 잠시 후 오타 경시는 최근 시위 장면을 보여 줬다. 시위대는 폴리스라인을 정확히 지켰다. 경찰은 교통 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일본에는 단 한 건의 폭력 시위도 없었다.
오타 경시는 "70년대부터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법률이 제정되고, 예외 없이 적용됐다"며 "시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도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상안 경찰대 교수는 "시위문화가 좋아졌지만, 2005년 기준으로 불법 집회.시위로 인한 사회손실 규모가 12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장전배 경찰청 경비과장은 "선진국처럼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이 확대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손해를 끼치면 배상한다'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불법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금전적 배상 강화'는 폭력 시위를 근절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무관용 원칙은 '일관된 법의 집행'을 의미한다.
배상 책임을 묻는 건 보다 강력하고 합리적이다. 2005년 12월 뉴욕 교통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가자 시 당국과 상인협회가 즉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파업을 철회시킨 사례는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두 가지 원칙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세미나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A경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폴리스라인을 상습적으로 넘어도, 직접적인 폭력 행위가 없으면 처벌하기 힘들 때가 많다. 눈치 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회 분위기, 최근 정세, 윗선의 심기에 따라 대응 수준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