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 대화채널 「고위급」격상임박/「NPT탈퇴」해결 한미간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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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캔터차관­김용순 과거접촉 수준/동시사찰·TS훈련 중지도 검토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미·북한간 대화 격상문제가 조심스럽게 부상되고 있다.
한승주외무장관이 지난 3월말 워싱턴을 방문했을때 한미양국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문제는 채찍과 당근이라는 두가지 방식으로 다루어 나가자는데 합의를 보았다.
두나라는 이 문제가 외교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는 시한인 6월12일까지는 당근이라는 외교적인 수단을 사용해보자는데 뜻을 같이했었다.
한 장관은 당근의 내용에 필요하다면 미·북한간의 대화 격상문제,한국내 미군기지에 대한 동시사찰 문제,팀 스피리트훈련 중지문제 등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음을 미국에 제시했다.
북한의 핵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불가피하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직접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무슨 수단을 쓰든 이를 막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번에 미국이 대화채널의 격상을 조심스럽게 띄우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1월 북한에 IAEA의 사찰을 설득하기 위해 1회의 고위급 접촉을 시도했다.
캔터국무부정책담당차관이 김용순 북한노동당국제부장에게 뉴욕에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입장을 공식으로 전달했다.
미국은 당시 『참사관급 접촉으로는 미국의 진의가 북한의 고위층에 전달되지 않으므로 이를 높여 미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설명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과의 고위급접촉은 1회로 끝나고 말았다.
만일 이번에 미·북한간에 격상된 접촉이 있다 하더라도 그 성격은 바로 지난해의 캔터­김용순간의 접촉과 같은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아야하는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미국에 비해 오히려 더 유화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따라서 미·북한간 고위접촉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포기케 한다면 우리로서는 더 바랄나위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가 미·북한 양자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조약국 전체와 관련이 있는 다자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미·북한관계의 개선이라는 틀을 통해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우리측의 설명이다.
한미양국은 적어도 5월말까지는 앞으로 여러채널을 통해 다양한 유화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북한이 이 유화책에 힘입어 NPT탈퇴를 번복하고 IAEA의 사찰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그때부터 미·북한관계의 진전을 위한 과정이 태동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접촉을 격상하여 미국의 의사를 전달해도 반응이 없을 경우 다음 단계인 경제제재 등으로 들어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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