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온 일 신예작가 사기사와 메구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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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뒤늦게야 알게된 할머니의 나라, 한국을 알고 싶어 서울에 왔어요. 또 하나의 모국어가 된 한국어 공부와 함께 특히 전통춤을 깊이 배워볼 생각입니다.』
일본 신인문학상의 최고봉 아쿠다카와(개천)상 후보에 세차례나 올라 일본문단의 주목을 받고있는 재일교포3세 여류신예작가 사기사와 메구무(노택맹·24)씨는 자신이 한국에 유학 온 경위를 이렇게 밝힌다.
지난 1월 서울에 와 연세대 어학당에서 4개월째 수학중인 사기사와씨는 고교3년에 재학중이던 87년 처녀작『강변길』로 문예춘추사가 내는 문예지『문학계』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일본의 대표적 신세대 베스트셀러 작가.
동경태생으로 15세때 닥친 부모의 이혼, 그후 같이 살던 아버지의 재혼과 갑작스런 죽음, 조치(상지)대 재학중 결혼한 남자와의 파경등 젊은 나이에 적잖은 생의 굴곡을 체험한 그는 자신의 지주였던 아버지의 삶을 소설화한 『달리는 소년』으로 92년도 이즈미교가(천경화)상을 탄다. 그리고 이 소설로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더듬기 위해 호적을 열람하다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 이름에 눈길이 멎었습니다.「이옥실」-그것은 한국인의 이름이었습니다.』
평북 태천에서 출생한 할머니 이씨(85)는 14세때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과 결혼해 지내다 헤어진 후 지금까지 동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
자신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 그의 마음은 오히려 담담했다고 한다.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를 알지 못하는 일본 신세대들에겐 한국은 여느 외국과 다름없는 나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극구 숨기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재일한국인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어 학습에 몰두하면서도 월간문예지『소설신조』에 「한국일기」란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에서의 생활을 일본독자들에게 알리며 벌써부터 작가로서 두 나라를 잇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 강찬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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