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주의」 안통하는 미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기회와 풍요의 나라, 높은 소득을 가진 2억 인구의 시장인 미국은 전세계 상품들이 진검승부를 걸고 있는 처절한 혈전장이다.
일류 선진국 기업들도 실패하기 일쑤인 이곳에서 우리 물건을 팔다보면 요즈음은 더욱 절실히 우리 상품의 현주소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과거 10여년동안 선진경쟁국들과 어깨를 가까이 하는 듯 보였던 우리상품들이 이제는 후발개도국들에도 추격당하고 있고, 진열매장을 찾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올림픽 개최국,「아시아의 네마리 용」중의 하나였던 우리가 재도약은 커녕 「죽느냐 사느냐」하는 생존문제를 걱정하게된 것이다. 여기에 미국정부는 반덤핑관세 등 보호무역장벽을 높게 쌓고있어 사면초가신세가 됐다.
우리가 이같이 전락한 것은 품질·기술·가격 등 모든 면에서 경쟁국제품보다 크게 뒤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타개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 탓이요」라는 반성에서 재출발,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의식혁명과 함께 「경쟁국을 이기겠다」는 의지속에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가격에 비해 떨어지거나 하자가 많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 「누군가 사가겠지」라는 안일한 자세는 버리고,「기술이 아니면 우리는 죽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 상품이 팔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반도체산업은 이런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반도체업계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과 산업여건의 변화를 올바르게 예측하고 꾸준히 기술투자를 해온 덕택에 미국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수익상품으로 자리잡고 미업계의 공세를 보란듯이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