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줄인(?)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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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

한때 케이블TV를 틀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던 광고의 문구다.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제 날씬한 몸매를 위해 맹렬하게 다이어트 중인 김모양의 하루를 따라가 보자.

2년째 남자친구가 없어 애정에 (1.㉠줄인/㉡주린) 김양은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가기로 계획하고 여행을 떠날 단꿈에 부풀어 있다. 이미 비키니도 장만해 놓았다. 몸무게를 (2.㉠줄여야/㉡주려야) 한다는 생각에 가기 싫은 헬스클럽에도 매일같이 나간다. 헬스 선생님은 몸무게를 (3.㉠줄이는/㉡주리는) 것보다 필요한 부분의 신체 사이즈를 (4.㉠줄이는/㉡주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양은 비키니는 몰라도 짧게 (5.㉠줄여 놓은/㉡주려 놓은) 청치마라도 입어 보겠다며 야식을 끊고 밤마다 (6.㉠줄인/㉡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에 든다.

김양의 하루를 따라가며 '줄이다'와 '주리다'에 관한 문제를 가볍게 풀 수 있었을 것이다. '줄이다'와 '주리다'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줄이다'는 '줄다'의 사동사로 '작게(적게) 만들다'란 의미로 사용된다. '주리다'는 '제대로 먹지 못해 배를 곯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몹시 아쉬워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주리다'는 '굶주리다'를 생각하면 쉽게 그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1번과 5번은 ㉡, 2번과 3번, 4번은 ㉠이 답.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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