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모노인 눈물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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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이인모노인의 송환조치와 관련, 부산의 허남욱씨가 중앙일보 4월1일자 「이인모노인의 눈물에서 통일의 길 찾아보자」제하의 글에서 이인모노인의 기구한 인생역정에 절절한 동정과 함께 만강의 축의를 표하고 있다. 매우 감동적이다. 그러나 과연 이인모노인이 그런 동정과 축하를 받을만한 위인인가를 놓고 볼 때 허남욱씨는 조금 사려깊지 못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이인모노인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6·25남침 때 그는 자진하여 그 침략대열에 참가. 경상남도 일대에서 생때같은 청소년 5백여명을 의용군으로 강제모집, 낙동강 피바다에 쓸어박고 이후 지리산으로 입산, 빨찌산 독전대(경남도당 선전선동부장)가되어 지리산·덕유산·가야산 주변 양민 4백여명을 도륙하고 납치·방화·재물 약탈등으로 광분하다가 국군·토벌대와 교전중 부상을 입고 생포 당해 군사재판에서 사형구형에 7년징역형 선고의 파격적인 관대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만기출옥하자마자 다시 대한민국 전복공작(부산지하당조직)을 벌이다가 검거되어 이번에는 무기징역 구형에 15년 징역형선고와 이후 감호처분을 받은인물이다(이것은 지금 필자가 확보하고 있는 그의 두번에 걸친재판기록 문서들에 상세히 명시되어 있다. 혹시 허남욱씨가 이것을 보기 원한다면 언제든 보여드릴 용의가 있다).
허남욱씨는 이인모노인을 이렇게 축복하고 있다. 「이미 고희를 넘고 희수를 바라보는 이인모노인의 귀향, 부디 북에 돌아가 영생을 즐기다 페르귄트 같은 죽음을 맞으시라…」
다만 오랜 옥고와 더불어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족살육과 국가전복을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삼아온 범죄자에게 과연 이같은 축복이 타당한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지고지순한 인도주의며, 그 무엇도 전제되지 않은 참사랑인가.
그렇다면 이인모노인에게 남편을, 자식을, 형제를 빼앗긴 이 땅의 수많은 유족들(특히 경남의 진주·거창·함양·산청·하동등지)의 고통과 피맺힌 한은 누가,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이밖에도 현재 북한에는 6·25당시 강제 납북된 인사 약8만명, 국군포로 약5만명, 휴전후납북된 어부·여객기 승무원등 약3백명등 도합 약13만명이 강제억류되어 40년을 하루같이 남녘의 부모형제를 그리며 연옥의 나날을 보내고 있고, 김일성집단은 여하한 경우에도 이들 중 한 한명도 결단코 자유송환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내비치고 있다.
요컨대 허남욱씨의 인도주의와 이인모노인에게 보낸 축복, 그리고 북한에 대한 기대는 아무래도 김일성집단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온 부질없는 감상이나 환상이 아닌가 싶다.
이기봉<서울영등포구대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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