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한나라 경선 제주서 첫 합동연설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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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8월 19일)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22일 제주에서 처음 열린 합동연설회는 '빅2'(이명박.박근혜)의 화력 시범장을 방불케 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많은 연설을 했지만 이번에 비하면 기존 연설은 '연습'에 불과했다는 느낌을 줬다. 그만큼 이날 두 사람의 연설은 박진감 넘쳤고 뜨거웠다. 제주 한라체육관에 모인 3000여 명의 선거인단 및 일반 참관인단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다.

이명박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즉흥연설로 이어갔다. 원고를 읽는 것보다 즉흥연설에 더 능하다는 강점을 살리려는 듯했다.

이 후보는 "지금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 세력들이 과거에 하던 정치 수법으로 정권 교체를 막고 있다"며 "왜 한나라당 경선에 여권이 달려드나. 왜 한나라당 경선에 국정원이 개입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그는 "이명박이 후보가 되면 자기들이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후보가 못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이건 하늘이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당 대표를 뽑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는 게 아니며 서민을 잘살게 할 수 있는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를 뽑자는 것"이라며 "이 자리에 있는 어떤 후보를 지지하든 우리 모두 한나라당이란 것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지난번 이회창 후보는 네거티브 때문에 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자중자애해야 한다. 안에서 던진 돌이 더 매섭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공세를 퍼붓는 박근혜 후보 측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연설 도중 종종 오른손 주먹을 쥐고 쭉 뻗어 흔들었다. 세세한 논리 제시보다는 대세론 설파에 주력했다.

이명박.원희룡.홍준표.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2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첫 번째 합동연설회에서 경선 승복을 서약하고 있다. [제주=오종택 기자]

박 후보는 '철의 여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처음부터 톤이 무척 높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박 후보는 "12월 19일 최후의 승리를 위해 이 정권이 어떤 공격을 해 와도 끄떡없이 이겨낼 수 있는 흠 없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중을 향해 "1%도 불안하지 않고 100% 승리가 확실한 필승 후보가 누구냐"고 물어 '박근혜'란 연호를 유도했다. 네거티브 공격을 받고 있는 이 후보와 자신을 대비한 것이다. 그는 "집권하면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에 가혹할 정도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것이며, 땀 흘린 만큼 보상받고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저는 당 대표 시절 이 정권에 한번도 져 본 적이 없다. 8전8승을 거뒀다"고 강조한 뒤 "한나라당의 세 번째 대선 도전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며 손가락 세 개를 펴서 흔들었다. 박 후보의 기호는 3번이다. 그는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당을 살렸던 것처럼 나라를 살리고 제주도를 살리겠다"며 "여러분은 저의 괸당(제주도 사투리로 '친척')이고 저는 여러분의 괸당"이란 말로 연설을 마쳤다. '박근혜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일각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연설의 역점을 뒀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홍준표 후보는 빅2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가 "우리가 지난 두 번의 대선처럼 자고 나면 또 뭐가 터질까 가슴 졸이고 해선 되겠느냐"며 이 후보의 각종 의혹을 겨누자 박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아니오"라는 함성이 나왔다. 또 "박 후보는 깨끗하지만 대북 정책이 5공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하자 이번엔 이 후보 지지자들이 '옳소'하고 외쳤다.

제주도가 고향인 원희룡 후보는 "보수 원조로 통하는 정형근 의원의 대북 정책도 수구보수 세력의 반발이 두려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후보들로 어떻게 집권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대선에서도 여권에선 우리를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붙일 텐데 평화와 통일의 문제에 발목 잡혀 또 정권을 넘겨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주=김정하.남궁욱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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