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특별전과 겹쳐 내년으로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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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이 올해에는 열리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임영방)은 최근 올해 기획전시일정을 확정하고 대전 엑스포93 기념특별전(7월28일 - 8월29일)이 열리게됨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을 올해는 중단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열릴 예정이던 한국화서예공예부문의 초대전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그러나 미술계일각에서는 그간 국립현대미술판 초대전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어지지 않았음을 지적,초대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현재와 같은 형식의 초대전이 계속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은 지난 82년 정부가 주관하던 국전이 대한민국 미술대전이란 이름으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이관되면서 신인들의 등용문인공모전과 기성작가전으로 분리돼 기성작가전인 추천작가 및 초대작가전을 한데 묶은 형식으로 전환됐다. 국립현대미술관초대전은 한국화·양화·조각·서예·공예등 5개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시공간이 좁다는등의 이유로 89년부터는 한국화·서예·공예와 양화·조각등 두 파트로 나뉘어 한해씩 번갈아 열려왔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전시회 연기로 갖게된 공백기간을 통해 잡음이 많은 이 초대전에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있다. 박광진미협이사장은 『뚜렷한 기준없이 한 장르에서 수백명씩 초대됨으로써 초대전으로서의 비중도 약할뿐 아니라전시회의 성격도 모호해진 이전시회를 굳이 계속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 열렸던 국립현대미술관초대전을 보면 92년의 경우 양화부문에 3백6명, 조각부문에 1백39명이 초대됐으며 91년의 경우 한국화부문 1백50명, 서예부문 1백65명, 공예부문 1백27명이 초대됐다.
기성작가중 최근 2년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작품성이 두드러진 작가를 초대함으로써 국전당시 일단 초대작가의 반열에 오르면 작품에 태만해져『입선작이 초대작가작보다 낫다』는등의 말을 듣던 폐단을 없애겠다는 것이 이 초대전의취지였다. 그러나 작품활동 평가기준이 모호해 10년이 지나도록 그때 그때의 작품활동에 대한평가가적용되지 못하고「그 얼굴이 그 얼굴」인채 인맥과 학연에 의한「초대작가수 늘리기」만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 초대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지적이다.
초대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초대작가를 선정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있는데 추진위는▲국립현대미술관장▲미협이사장▲현대미술관운영위원장▲예술원 미술분과위원장▲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일반위원으로는 부문별로 2~5명을위촉, 해마다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초대작가 명단이 바뀌는 범위는 기껏해야 20명 안팎에 불과하며 그것도 작품활동에 기인하기 보다는 초대작가였던이가작고했다거나 해외에 나가 있다든지, 병환등으로 2년이상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극히 개인적인 사유가 판단기준이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초대전이 엉거추춤한상태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은 내용이야 어찌됐든 형식적으로는 국내 유일의 기성작가 평가전인 셈이어서 이것이 작가의 비중있는 경력이 될 뿐 아니라작품값과도 직결됨으로써 기득권층의 압력이 거센 때문.
임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의 비판여론이 있음을 시인하고『앞으로 미술계의 여론을 수렴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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