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기무라 다쿠야, 허 찌른 매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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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15면

지난봄 일본의 톱스타 기무라 다쿠야와 한류 스타 이병헌이 함께 영화를 촬영해 화제가 됐다. 부산에서 촬영됐던 그 영화는 ‘히어로’. 2001년 방영됐던 ‘일본 역사상 최고 시청률 드라마’의 극장판이었다. 히어로는 34.3%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난 10년간 평균 시청률 30%를 돌파한 드라마는 단 4편밖에 되지 않는다. 놀라운 건 그 4편 모두 주인공이 기무라 다쿠야라는 사실이다.

조원희의 ‘일드’ 열전 <1>히어로

이렇게 명실공히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스타 기무라 다쿠야의 최고작으로 불리는 ‘히어로’는 일본 검찰청을 배경으로 중졸 출신의 괴짜 검사가 아름답고 지성적인 사무관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펼쳐간다.

‘히어로’는 거창한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매회 반복되는 작은 사건의 연속이다. 거의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각종 인물의 작은 에피소드는 과연 이 드라마가 어떻게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을까 하는 의문을 낳지만 그것은 다쿠야가 맡은 주인공 구리우 검사의 캐릭터의 힘이라는 것을 시청자는 쉽게 알 수 있다.
고교 중퇴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천재급 두뇌의 소유자 구리우 검사. 하지만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그는 검사가 입는 검은 정장 대신 언제나 갈색 점퍼 차림이다.

날카로우며 지성적인 검사가 아니라 TV 홈쇼핑 중독으로 매회 신기한 물건을 사들이고 능청스러운 데다 때로는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인물이다. 조각 같은 외모의 소유자인 배우 다쿠야가 적당히 망가져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다.
‘히어로’의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는 가벼운 검찰청 이야기라는 설정에서 이미 시청자의 허를 한 번 찌르고, 의외의 증거 때문에 범인이 붙잡히는 스토리에서 다시 한 번 허를 찌른다는 점이다. 곧 로맨스에 빠질 것 같은 검사와 수사관이 평행선을 유지하는 것이나, 검찰청의 다른 검사나 관료처럼 양념이 되는 캐릭터까지 모두 ‘예상을 뒤엎는’ 드라마여서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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