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사정바람 때문인지… 산마다 “인산인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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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휴일 관악산에 25만명 몰리기도/골프장·스포츠클럽은 발길 한산
매서운 사정바람에 스포츠클럽과 골프장이 한적한 반면 서울근교 산과 국립공원이 붐비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은 물론 자가용을 몰고 교외로 빠져나가던 시민들이 과소비를 자제하면서 관악산·북한산 등이 등산객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은 골프장·헬스클럽 회원권을 아예 팔아치운뒤 지역구 주민이 참여하는 산악회 조직을 재산공개파동의 「비상출구」로 이용하고 있다.
일요일인 4일 관악산에는 평소보다 5배 많은 25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삼막사(5.5㎞) 연주암(6.5㎞)구간은 물론 산 전체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전7시쯤 8백대를 수용하는 산밑 주차장이 일찌감치 메워졌고 인근 서울대 교내 순환도로와 관악구청앞 도로까지 주차장으로 변했다. 시민들이 몰려들자 등산로 주변에는 트럭을 동원한 상인들이 채소·생선·과일은 물론 옷 등을 내놓는 서민용 「7일장」이 열리는가 하면 사정바람을 피해 산을 찾는 높은(?)분들을 겨냥,더덕구이·오골계·과일주 등 고급메뉴 전문점까지 등장했다.
또 등산로 중턱에는 커피·컵라면·음료수는 물론 산에서 캐낸 도라지·더덕·냉이 등으로 버무린 2천원짜리 보리비빔밥이 별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릉·우이동 등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도 가벼운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찾아드는 모습이 부쩍 늘어났다.
인왕산에도 경관을 구경나온 노인들과 청평·가평 등 교통혼잡이 빚어지는 유원지를 피해 오전을 산에서 보내려는 단체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좋아하던 골프채를 놓고 4일 관악산을 찾은 민자당 김모의원(53)은 『별도의 장소나 격식을 차릴 필요없이 지역구 주민들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평소에 선거운동을 할수 있고 건강에도 좋아 산행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실익을 따졌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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