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폐막 … 미 정부 긍정적, 전문가는 회의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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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6자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과의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훨씬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북한이 과연 핵 프로그램을 제대로 신고할지, 모든 핵시설과 핵 활동을 영구 불능화할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가 많았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 상황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북한 스스로 할 일을 완결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번 6자회담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담에서 2.13 합의의 2단계인 신고 및 불능화의 시한을 정하지 않고 8월 중 실무그룹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발표에 대해 "이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회담이 꽤 잘 진행됐다는 뜻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월이면 더욱 구체적인 시한을 설정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충분히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는 19일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원 초청 강연에서 "북한은 결코 핵 목록을 투명하게 신고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경우 미국 정보기관이 실체를 알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협상의 빠른 진전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협상과정에서 갖가지 부수적인 주장을 통해 초점을 흐리고 한국과 미국, 중국과 미국 사이의 이간질에도 능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중앙일보 특파원 등과 만나 "북한의 행태로 볼 때 그들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앞으로 경수로를 달라고 하는 등 더 많은 걸 요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계속 양보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비확산 전문가인 마이클 레비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개발 목록을 투명하게 신고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북한은 미국 등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신고의 투명성을 조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신고를 한다 해도 그걸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2.13 합의가 빨리 진행되기 어렵다"고 했다. 군축협회(ACA) 폴 커 연구원은 "북한은 이미 만든 핵무기를 가장 큰 협상카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아마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핵무기에 대해 계속 모호한 입장을 취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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