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사태 해결 “시금석”/안보리 군사력 사용결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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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르비아계 평화안수용 압박가중/“사태악화 제2베트남전” 가능성도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31일 보스나­헤르체고비나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조치를 무력으로 관철시키기로 결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2일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합의함으로써 보스나 내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조치는 유고사태에 대한 서방측의 무력개입이 이제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유엔과 EC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평화협상에서 마련한 국제평화안이 최종적인 해결책이라는 인식을 갖고 이를 관철시키려하고 있다. 평화안에는 보스나 내전 당사자중 회교도와 크로아티아계가 이미 동의하고 있으나 세르비아계는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과 나토의 비행금지강행방침은 세르비아계가 평화안에 동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채택한 것이다.
그간 유엔과 유럽공동체(EC)는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구유고내전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중재노력을 펼쳐 왔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국제사회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 지목하고 있는 세르비아계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지난해 5월30일 시작된 유엔의 경제봉쇄와 비행금지 조치도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처럼 보스나 내전 종전을 위한 각종 수단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EC나 미국,나아가 유엔이 말만 앞세울뿐 실천에 옮기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과 나토의 군사력 사용결의는 국제사회가 보스나 내전 종식을 위해 어느 정도로 개입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결의가 유엔의 의도대로 유고사태의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돼 향후 사태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군사개입의 필요성을 잘 알면서도 선뜻 이를 결정하지 못했던 유럽이나 미국이 우려해온대로 이를 계기로 세르비아측과 나토간에 무력충돌이 발생,나토가 본격 개입할 경우 제2의 베트남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보스나지역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되어 있어 이라크를 상대로 했던 걸프전과는 달리 일시에 50만∼60만명의 병력을 투입해도 세르비아측과 장기간에 걸친 소모전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보스나사태에 대해 서방국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장해온 독일은 2일 공중조기경보기(AWACS)에 독일병사가 탑승하는 문제를 결정할 방침이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민당과 야당인 사민당이 나토관할구역 밖으로 독일 군사력을 파견하는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다.<베른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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