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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화 "집안잔치"재확인|제65회아카데미시상식 뒷 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주연을 맡은 이색적인 서부영화『용서받지 못한 자』가 작품상·감독상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한 가운데 제65회 아카데미 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매스컴의 과열보도에 힘 입어선지『용서받지 못한 자』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직배 영화사는 이 영화를 수상기념이란 명분하에 시내극장가에 다시 걸 채비를 갖추고있다.
아카데미상은 과연 지구촌을 열광시킬만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가.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작은 작품의 질을 신뢰해도 좋은가.
이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공정적이지 못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카데미상은 철저하게 미국인의, 미국인에 의한, 미국인을 위한 행사다. 실제로 외국영화에 주어지는 상은 외국어영화상 하나뿐이다. 남우주연상의 경우에도 미국·영국 이외의 배우들이 한번도 수상한 적이 없다. 전세계에 위성 중계돼 10억 인구가 지켜보는 세계적 행사라는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카데미는 할리우드의 「집안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이「집안잔치」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조차 의문을 제기하고있다. 이번에도 작품의 주제의식이란 측면에서 높이평 가 됐 던 『플레이어 』 와 『맬컴X』가 한 부문에서도 상을 받지 못해 비평가들의 비난을 샀다. 『맬컴 X』의 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요철학이라고는 없는 장사꾼들의 잔치』라고 아카데미를 혹평했다는 후문이다. 어느 평론가는 아카데미회원들을『보수적인 영화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완고한 노인들의 집단』이라 규정하고 『상이 공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들의 평균 연령이 20세는 낮아져야 할 것』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아카데미상의 논질은 세계영화시장에서 그것이 수행하는 역할을 검토해보면 보다 확연해진다. 시상식이 벌어지는 3월말,4월초에는 대부분의 후보작들의 미국 내 흥행판도는 이미 결정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메이저 영화사들은 거액의 돈(15만∼20만달러)을 들여 자사 작품이 상을 받도록 로비를 벌인다. 아카데미 수상여부가 해외에서의 흥행여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화관계자들은 『세계영화계에서 행사하는 미국영화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아카데미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은 국내영화제에 지나지 않는 행사에 우리영화팬들이 마치 자기 행사인 것처럼 영합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카데미가 1요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상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고 저 다른 영화상과 다를바 없는 영화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상식이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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