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카드빚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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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뉴욕 AP=연합] 미국의 가계부채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조9천8백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 지출이 포함된 가계부채의 규모는 가구당 1만8천7백달러로 조사됐다. 가계의 주택할부금융(모기지) 대출금은 제외한 수치다.

반면 미국의 저축률은 지난해 상반기 세후 소득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축률이 떨어지면 갑작스러운 은퇴나 긴급한 재정적 필요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어진다.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신용카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제국'의 저자인 로버트 D 매닝 로체스터 공대 사회학 교수는 금융기관이 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 무자격자에게 신용카드를 남발한 1980년대의 상황에서 가계 빚 급증의 원인을 찾는다.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현재 모두 7천3백50억달러로 가구당 7천달러에 달한다.

소비의 주체인 가계가 과도한 빚에 짓눌리면서 미국 경제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세후 소득의 무려 18%를 주택 대출금을 포함한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성원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라며 "경제가 갑자기 후퇴하거나 금리가 치솟을 때 가계 부채로 인해 경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현재 금리가 낮은 수준인 만큼 소비자들이 부채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부채 수준은 그리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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