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위해 야간전시· 휴일개관 시도|호당 10∼25만원 소장작가 기획전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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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봄시즌 개막과 함께 화랑들의 문턱 낮추기가 한창이다. 종래 재력이 큰 기업가나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작품 판매에 힘써왔던 화랑들이 중산층 샐러리맨들을 새 구매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센터 현대아트갤러리는 샐러리맨들을 겨냥해「안녕하세요, 과장님」이라는 이색 타이틀을 내건 서양화 소품전을 열고 있으며(4월8일까지), 학고재는 30일부터 4월3일까지 열리는 이철수 신작판화전「산벚나무 꽃피었는데」기획전에서 샐러리맨 관람객을 위해 평소 오후6시에 문을 닫던 전시장을 4월 1, 2일은 오후1O시까지 연장개방한다.
강남에 자리잡고 있는 서림화랑은 전시회기간중이라도 일요일 문을 닫는 화랑가의 관례를 깨고 일요일에도 평상시와 같이 오전10시∼오후7시까지 전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서양하가18명의 작품65점이 전시돼 있는「안녕하세요…」전은 중산층을 감상자 및 실수요자 층으로 잡고 마련된 전시회. 연봉 1천8백만∼2천5백만원 내외로 학력은 대졸이상, 25평 내외의 아파트와1천5백cc내외의 중·소형차를 갖고 있으며 국교생이나 중학생자녀1∼2명을 두고 있는 이들이 타깃이다.
무역센터 현대아트갤러리 큐레이터 김모수씨는『근래들어 중산층들의 미술품에 대한 선호가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전시장을 통해 작품을 구입하기에는 그림값이 아직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고『이번 전시회에서는 최고가가이들 샐러리맨의 보너스수준인 1백50만원을 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회의 출품작가들은 호당 10만∼25만원을 호가하는 소장작가들이며 따라서 전시작들도 작게는 4호에서 크게는10호를 넘지 않고 있다.
화랑들이 이처럼 샐러리맨층을 작품의 실수요층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하게된 데는 작년부터 심화된 불경기가 주원인이다. 호당 수백만원씩을 호가하는 비싼 그림들은 대부분 1전명 안팎을 헤아리는 재벌급 애호가들에게 들어가 있어 하랑들이 다른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는 자체 분석을 내리게됐던 것. 이무렵 서구식 아파트 실내공간에 익숙해진 중산층들은 자연스레 빈 벽면에 그림 한점쯤 걸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차츰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학고재 우찬규대표는『기업체의 부장급이상되는 샐러리맨들로부터 화랑이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데다 평일에도 퇴근시간보다 일찍 닫아 전시장에 들르기가 어렵다는 불평이 많았다』고 말하고 이같은 의견들을 반영해 전시시간을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랑가의 문턱 낮추기는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있다.
「안녕하세요…」전은 현재 하루평균 5백명 안팎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으며, 작품에 대한 구두계약도적지 않은상태.
최근「이야기가 있는 그림전」을 기획, 전시했던 서림하랑 김성옥씨도『인근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가운데 일요일에 가족끼리 함께 전시장을 찾는 일이많았다』고 달라진 전시장풍속도를 들려줬다.
기업 간부급 샐러리맨들은 여럿이 팀을짜 작품을 구매하거나 화랑측과의 안면을 이용해 3회 정도의 할부구매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샐러리맨에게 그림은 그야말로「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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