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민대회/「옐친 신임 국민투표」결의/내달 2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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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행정부­의회 각각 투표강행 맞서/정국위기 더 악화 예상
【모스크바 AP·로이터=연합】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상설의회)의장 등 보수·혁신세력의 각축장이었던 제9차 러시아 인민대표대회가 29일 경제개혁 정책과 연계시켜 옐친대통령의 신임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내달 25일 실시키로 하는 등 옐친에게 매우 불리한 결의안들을 채택하고 4일간의 비상회의를 폐막했다.
옐친대통령측은 그러나 인민대표 대회의 이러한 결의를 무시하고 행정부와 의회중 어느쪽이 국민의 신임을 받고있는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당초 예정대로 내달 25일 실시하겠다고 밝혀 한때 다소나마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던 러시아 정국은 또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인민대표 대회는 이날 ▲옐친대통령을 지지하는가 ▲그의 개혁정책에 동조하는가 ▲조기대선에 동의하는가 ▲새로운 의회선거를 실시해야 하는가라는 4개항의 의제를 놓고 이를 채택하기 위한 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 6백66표,반대 83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러시아의 통치주체가 대통령에 있는지,아니면 의회에 있는지를 국민 신임투표로 가리자는 옐친의 당초 구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양측의 대결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대회는 이날 옐친측이 당초 제의했던 헌법개정과 의회에 대한 신임여부의 문항은 삭제했다. 인민대표대회는 또 옐친대통령이 지난 28일 의회내 보수파들을 겨냥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행한 과격한 발언이 『폭력행사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으며 관영 TV·라디오 등 언론매체를 의회가 장악하고,옐친대통령에게 강경보수파까지 참여하는 「국민화합 정부」를 구성토록 촉구하는 등 모두 7가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인민대표대회는 옐친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인정하지 않고 그가 러시아 전역에 개혁정책 추진을 위해 특사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한 지난 91년의 대통령 포고령도 무효화 하는 결의안을 찬성 5백35표대 반대 2백13표로 통과시키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규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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