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으로 끝나선 안될 「개혁」/진세근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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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우리사회는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파동속에서 엄청난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폭압적으로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군사정부식 숙정과도 다르고 공권력이 나서서 벌이는 사회정화작업과도 구별되는 매우 독특한 「자정현상」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면 「부끄러운 자들」이 스스로 침몰하는 양상으로 「과거청산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도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뒤덮어온 악취나는 더께가 한꺼풀씩 제거되는 상황임을 들어 이번 개혁작업을 「펜에 의한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정치인들은 최근 신문사 사건기자들을 중국 문화혁명시대의 「홍위병」혹은 「저승사자」에 비유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자들에 의해 과거 비리를 낱낱이 공개당한 정치인들의 입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현재의 보도태도가 「인민재판」식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일부 정치인들의 반사회적 축재행위와 이로인해 국민들이 받았을 고통을 고려하면 이들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정치인들의 재산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구청이나 등기소를 찾을 때마다 기다렸다는듯이 관련서류를 취재기자 앞에 내놓는 공무원들의 달라진 손길에서도 민의가 어디 있는가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영삼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대통령선거당시 득표율에 두배 가까운 70%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해방이후 반민특위가 신일세력의 반격에 의해 공중분해되고,4·19혁명이 5·19군사쿠데타로 허무하게 무너진이래 그 어떤 정부도 해내지 못한 「구시대 청산작업」을 현 정부가 생색내지 않으며 단호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소홀히 해서 안될 것은 현재의 개혁작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감시와 비판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일이다.
그래야만 다시는 불의가 발붙일 수 없는 「신명나는 사회」,「신한국」이 생활속에서 확고히 뿌리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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