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재산공개내용 “해도 너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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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정부 들어서 부동산값 폭락했나/정말 그값이면 몇배줄테니 팔아라”/시가 5백억넘는 땅 50억 신고 이명박/서초동땅 888평 9억원 김문기/80평빌라 1억6천만원 서정화
국회의원들의 땅값만 갑자기 폭락했나.
22일 민자당소속 국회의원·당무위원 1백61명의 재산공개결과 대다수가 재산가치를 터무니없게 줄여 신고하거나 아예 부동산규모나 재산평가기준조차 공개하지 않아 「해도 너무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오랫동안 공직을 지내거나 전문정치인 생활을 해온 대부분의 의원들이 연고가 없는 지역에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축재과정과 투기여부에 대한 의혹으로 정치인의 도덕성문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축소신고=전 현대건설 회장 이명박의원은 서울 서초동 1719 대지 2필지 8백평을 평당 8백만원씩으로 계산,64억원으로 신고했다. 이 의원은 이 부동산 가격에서 공사비 미지급금 명목으로 25억원을 부채로 정산,실제재산가치는 39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본사취재진이 현지 부동산전문가에게 확인한 결과 이 땅의 실거래가격은 평당 4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이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앞과 양재동 요지에 갖고 있는 부동산은 모두 대지 1천4백37평에 건평 2천5백87평으로 토지가격만 실거래가로 5백억원을 훨씬 넘는 규모이나 신고가격은 50억3천만원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특히 현재 살고있는 서울 논현동 주택에 대해 대지면적은 밝히지 않은채 건평만 99평에 가격은 9억8천만원이라고 신고했으나 확인결과 대지가 2백여평으로 거래가격은 20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드러나 호화주택에 대한 비난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재산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있던데 총신고액이 62억원밖에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현대건설회장직을 갖고 있을때 내 명의의 현대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39억원이라고 신고한 서초동대지는 현대건설사장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형 항만공사를 수주한 공로로 회사로부터 특별상여금으로 3천만원을 받아 관리하던 당시 총무이사가 자신도 모르게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과 부인 명의의 대지·임야·전답 50여건을 신고해 관심을 끈 김문기의원의 경우는 서울 숭인동 1천3백여평과 서초동 3백5평의 대지를 각각 11억원과 10억원으로 신고해 역시 가격평가가 터무니없이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특히 서초동 1570 8백88평의 대지를 평당 1백만원 정도인 9억원으로 신고해 축소의혹을 더하고 있다.
또 서정화의원은 실거래가격이 8억원에 이르는 서울 구기동 160 80평형빌라를 1억6천만원짜리라고 신고했다.
◇투기성 토지과다보유=상지학원이사장으로 재력가로 알려진 김문기의원은 연고지가 원주임에도 불구,서울 인사동·서초동·숭인동·대치동 등 요지에 땅을 갖고 있는 등 전국적으로 대지 1만2천3백72평,임야 등 40만5천9백70평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전 치안본부장 이영창의원(경북 경산­청도)은 본인명의로 서울 연남동·서빙고동·여의도동·경기도 시흥 등지에,부인명의로 부산·대구 등지에 임야·대지 등 6만3천여평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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