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것 찜찜”“아예 안먹는다”/수입홍합 세균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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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멀쩡한 국산까지 소비 줄어 골탕/일단 발병하면 치사율은 25%/익혀서 먹으면 감염걱정 없어
치명적인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뉴질랜드로부터 올해 수입된 모든 홍합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져 전국에 「홍합소동」이 일고있다.
보사부와 각 시·도는 문제가 된 키위무셀스사 제품 16t 외에 감염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나머지 1백10t도 유통경로를 추적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고 역학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수입홍합을 사용하는 호텔뷔페 등 업소에 대해서도 위생점검을 실시하는 등 리스테리아 감염예방에 초비상 사태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뉴질랜드 임산부가 쌍둥이를 사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지금까지 먹었던 수입홍합은 해가 없는 것인지,국산 홍합은 과연 괜찮은지,리스테리아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리스테리아균은 특히 식품을 익히기전 조리과정에서 접촉에 의해 다른 식품에까지 쉽게 전파될 수 있어 이미 유통된 수입홍합이 이 균에 감염됐을 경우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별 문제가 없는 국산홍합까지 소비가 격감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입홍합을 취급해온 음식점주인 등이 신체의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과민반응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리스테리아균은 발열·구토·한기 등의 식중독 증세와 함께 급성수막염을 일으키기도 하는 세균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리스테리아균을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지만 노인이나 신생아·환자·임산부 등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들이 리스테리아증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임산부는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사산할 가능성이 높으며 발병자의 치사율은 25% 정도라는 것이 학계의 보고다.
리스테리아균은 어패류·동물·흙·물 등 자연계 어디에나 널리 분포해있어 식품오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1년 경상대 수의학과에서 도축장을 조사한 결과 닭의 3%가 이 균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식품이 적지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유통되는 이유는 이 균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열에 약해 70∼80도의 물에서 5∼10분간 끓이면 쉽게 죽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립보건원의 김창민연구관(39)은 『리스테리아균은 콜레라균 등과는 달리 냉장상태에서도 쉽게 번식해 가열살균 되지 않은 수입수산물과 육류 등이 감열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식품에 대해 리스테리아 검사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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