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한복판에서 포복절도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1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인물로 정주영씨를 추켜세웠던 김동길국민당대표가 정씨를 한번 만나게 해달라며 「천막당사」에서 농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지금 광화문 네거리의 16층짜리 현대건설빌딩 주차창 한 귀퉁이에 천막을 치고 망치로 의사봉을 대신해 두드리고 있다.
당사가 폐쇄된 것은 지난 16일 새벽. 예고없이 출입문셔터가 굳게 내려진채 국민당관계자들의 출입이 봉쇄됐다. 국민당측은 정주영 전대표의 지시없이는 이런일이 있을 수 없다며 정씨를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했다.
정씨가 15일 현대사옥을 방문,자신을 비난한 격문을 본 직후 갑자기 당사폐쇄조치를 내렸다는게 국민당측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측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당사를 비워달라고 독촉했을뿐만 아니라 구서울고 옆에 2백50평 규모의 새 당사를 마련해 주었음에도 국민당이 이를 거부해 부득이 폐쇄조치했다고 반박한다.
국민당은 현대측이 이전하라고 제의해온 건물 역시 현대소유고,따라서 언제 또다시 쫓겨날지 모르기때문에 그곳으로 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때문에 현대소유건물이 아닌 제3의 장소에 당사를 마련해주어야 옮겨갈 것이고 정 전대표는 그렇게 해주어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당은 그들이 정씨로부터 그만한 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기존 당사에 대한 임대 보증금 54억원중 10개월간의 임대료와 관리비(월임대료 2억8천만원·관리비 8천만원) 36억원을 제외한 18억원은 국민당 재산이므로 이를 돌려주어야 한다. 더욱이 정 전대표가 대선때 국고보조금으로 받은 39억원을 장학기금에 쓰겠다고 약속한바 있으므로 이를 되돌려 받기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 현대측이 이를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당무회의 의결없이 전용한 것인 만큼 물어내야 한다.』
김 대표는 이런 것을 의논하기 위해 정 전대표와 꼭 만나야겠다고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그러나 정 전대표는 아예 대꾸조차 않는다.
이런 「해괴한」 사태를 보면서 대선때 정 후보에게 표를 준 3백88만여 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