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에 걸릴까 전전긍긍/고위공직자 재산줄이기 급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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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감정사에 “묘안 부탁”빗발/공개 앞두고/10∼50%씩 축소평가 사례많아
문민정부의 사정·개혁바람을 타고 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잇따르자 공개를 눈앞에 둔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들이 감정평가사들에게 의뢰,소유재산을 줄이거나 축소감정을 부탁하는 등 때아닌 「재산줄이기」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토지나 재산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감정평가사 사무실에는 이들 「거부」공직자들로부터 재산줄이기 묘안을 묻는 문의가 급증하고 실제로 잡종지로의 변경 등 토지환경을 열악한 것으로 평가하거나 분할등기·담보제공용 등의 편법으로 애써 재산규모를 「축소」하는 공직자가 늘고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편법은 현재 총무처의 「재산목록 작성요령」에 건물의 경우 기준시가,토지는 공시지가로 등록하도록 권장사항으로 제시돼 있을뿐 재산등록에 대한 확고한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문의 급증=서울 영등포 D감정평가법인의 평가사 조모씨는 『지난 10일 민자당 모의원의 보좌관이 「의원님 소유의 옥수동 땅을 회계사와 협의해 공시지가의 60% 수준인 4천만원 정도로 잡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문의해왔다』며 최근 문의가 갑자기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의 H감정원 평가사 박모씨도 『최근 민자당 A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김천에 있는 45평짜리 아파트의 감정가액을 낮춰잡을 수 없겠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면서 『실거래 가격이 평당 2백만원이지만 잘하면 1백80만원까지 내려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었다』고 말했다.
◇축소 감정=인천의 I감정평가원 평가사 김모씨는 『지난달 모국회의원으로부터 토지감정가를 낮춰달라는 부탁을 받고 「담보제공용」이라는 단서를 붙여 10% 정도 감정가격을 낮춰주었다』고 밝혔다.
수원 A감정평가법인의 평가사 문모씨도 『지난주 모국회의원의 토지감정때 수해로 토지내에 작은 웅덩이가 생긴 것에 착안,「여름에 악취가 나고 모기가 들끓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붙여 감정가격을 20% 이상 낮춰주었다』고 했다.
서울 C감정평가법인의 평가사 박모씨는 최근 모공직자의 도로에 접한 토지를 「도로에 접한 부분」과 「나머지 부분」으로 분할등기해 각각 따로 평가,토지가격을 50% 정도 낮게 평가해주기도 했다.
서울 Y감정평가원도 모국회의원 소유의 고압선 주변토지를 「고압선이 건물신축에 지장이 크다」는 이유를 붙여 토지감정가를 대폭 낮춰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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