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불법용도변경 기승/지하나 빌딩옆/상점·약국·교회등으로 둔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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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임대수익 챙기려 “얌체짓”/강남 50여곳 적발/인·차도 주차… 교통혼잡 가중
최근 고층빌딩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지하주차장이나 빌딩주변 주차장 공간을 다른 용도로 무단 개조해 사용하는 불법 용도변경이 기승을 부려 가뜩이나 심화되고 있는 주차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 「얌체 건물주」들은 준공검사를 받고난뒤 당국의 단속을 피해 주차장이나 주차장 통로를 상점·유흥업소 등으로 은밀히 바꿔 평당 수백만원에 이르는 엄청난 임대수익을 챙긴다.
이 때문에 주차장에 있어야할 승용차들이 인도나 차도에 불법 주차해 교통혼잡과 교통사고·통행불편 등을 유발시켜 부근 주민들의 진정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강남일대 5백여개 빌딩에 대한 일제조사에 나서 주차장·창고 등을 상점 등으로 무단변경한 50여곳을 적발,이중 위반정도가 심한 10여곳을 관할구청에 통보하는 한편 조만간 해당 건물주들을 소환,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실태=서울 대치동 1022 진흥빌딩 1층 주차장의 경우 승용차 2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공간만 남겨놓고 주차장통로 한쪽 10여평에 건물을 지어 약국으로 임대중이다.
이 때문에 부근 주민들이 『통로에 들어선 불법 건축물로 교통사고가 잦고 교통 혼잡이 일어난다』며 지난해 10월 당국에 진정,관할구청이 시정명령까지 내렸으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원상복구되지 않고 있다.
논현동 117 소윤빌딩 지하층의 경우 창고를 사무실로,주차장을 창고로 각각 용도변경해 사용하는 바람에 이 건물 이용자들이 주차장 대신 건물쪽 소방도로에 승용차를 즐비하게 세워놓고 있었다.
인근 주민 김모씨(45·상업)는 『왕복 2차선밖에 안되는 소방도로를 밤낮으로 승용차들이 막고 있어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담2동 99 계좌빌딩도 건물쪽 주차장으로 가는 통로 10여평을 완전히 막은뒤 그 부지를 이탈리아 수입의류 판매장으로 개조,사용중이다. 이에 따라 주차장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건물 이용자들이 인도·차도에 아무렇게나 주차해 놓아 인접한 왕복 8차선 도로에 교통혼잡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치동 986 도일빌딩의 경우 지하 1층 주차장 1백30여평과 다방 1백70평 등 모두 3백여평을 관할 구청의 허가도 받지 않은채 교회시설로 임대하고 있다.
◇문제점=당국은 매년 한번씩 불법 용도변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펴고 있지만 인력부족으로 10층이상의 일부 대형빌딩을 제외하고는 형식적인 점검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차장법에는 주차장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건물주들은 준공검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일정면적의 주차공간을 확보했다가 이같은 편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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