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부동산시장 '명품아울렛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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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아파트나 원룸이면 몰라도 토지는 큰 영향 없어요. 매물이 없어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도 않는데 왜들 난리인지…."

지난 13일 서울시청에서 차로 1시간30분. 영동고속도로 여주IC를 빠져나오자 여주읍 상거리 국내 최초 명품아울렛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1일 개장 후 한달만에 4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아울렛 파급 효과가 크다지만 평일 오후 현장은 조용했다.

명품아울렛 인근 부동산에 들어가니 중개업자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최근 여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여주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상품인 토지는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것.

반면 미분양아파트는 아울렛 개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준공된 뒤에도 빈집으로 남아 있던 물량이 모두 팔렸고 새로 선보인 단지도 높은 계약률을 자랑하고 있다.

원룸도 아울렛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여주대 건너편 곳곳에는 원룸 신축이 한창이고 준공되는 즉시 임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땅값 이미 껑충…거래는 '뚝'=올들어 여주군 땅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2∼3년새 외지인이 매입한 경우가 많아 양도세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여주IC 근처 H공인 관계자는 "여주는 수도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몇 안되는 지역이어서 그동안 외지인 투자자가 많았다"며 "올해부터 외지인 토지 양도세 비율이 주민세를 포함해 66%까지 높아지면서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아울렛 개장 효과에다 매물까지 귀해지면서 땅값은 오름세다. 여주IC에서 명품아울렛으로 이어지는 여주읍 상거리 4차로 도로 주변 땅은 3.3㎡(1평)당 300만을 호가한다. 지난해 이맘때 140만∼150만원선에 거래됐으니 1년새 2배 정도 오른 셈이다. 도로와 떨어져 있는 상거리 일대 땅들은 3.3㎡ 당 80만∼100만원선이다.

37번 국도변(여주읍 방향) 땅값도 3.3㎡당 300만원을 호가한다. 주유소, 근린상가 등을 짓기 위한 땅 매수 문의는 있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도 없다. 관리지역 시세는 3.3㎡당 30만원선이다.

◇최대 수혜자는 미분양아파트=여주군 아파트는 여주읍과 가남면 일대 총 15개 단지에 불과하다. 대부분 100∼300가구 안팎으로 수도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아파트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나마 여주군 주택 보급률이 120%로 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아 보광그랑베르, 세종그랑시아 등 준공 후에도 비어있는 아파트가 꽤 많았다.

하지만 아울렛 개장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아울렛 입점 업체들이 직원 숙소로 사용할 아파트를 찾아 나서면서 미분양 물량이 모두 팔렸다. 오는 11월 문을 여는 이마트도 아파트 시장에 불을 지폈다.

여주읍 N공인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한꺼번에 아파트 3∼4가구를 매입하기도 했다"며 "전셋값도 지난해말보다 20% 정도 상승했다"고 전했다.

서울, 분당 등 외지인 아파트 수요가 몰리며 올초와 지난 4월 각각 분양에 들어간 '여주휴레나'와 '성일우리미' 등도 계약률이 훌쩍 뛰었다. 지난달 아파트를 분양한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의 '이안 여주강변'은 전평형 100% 계약 마감됐다.

◇원룸 신축 붐…물건 동 나=여주대학과 명품아울렛 중간 지점(37번 국도변) 건너편에는 원룸 건설이 한창이다. 신축 원룸주택 10개동 중 7개동이 준공됐고 대부분 임대 계약이 끝났다. 공사중인 건물 곳곳에는 '원룸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D공인 관계자는 "예전 원룸 수요는 거의 100% 여주대 학생들이었지만 최근 명품아울렛 개장으로 외지인 수요가 늘었다"며 "새로 지은 원룸은 준공되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고 설명했다.

원룸은 33㎡(10평) 안팎이며 세탁기, 냉장고, 가스렌지 등이 갖춰져 있다. 임대료는 보증금 300만∼500만원에 월세 35만∼36만원선이다.

◇묻지마식 투자는 금물=전문가들은 여주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한은행 고준석 팀장은 "여주는 한강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행위에 제한이 많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제2영동고속도로 공사까지 불투명해진만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토지컨설팅업체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여주군에는 대기업 공장 등 지속적으로 거주 인구를 유입할만한 재료가 없다"며 "아울렛 개장으로 주말 유동인구가 늘긴했지만 단기간 가격이 턱없이 많이 올랐다"고 우려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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