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핵을 갖겠다는 건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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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적으로 핵무기개발 의혹과 핵사찰압력을 받아온 북한이 12일 돌연 국제핵사찰의 법적 근거가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바로 국제평화에 대한 위협이며 민족생존에 대한 협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금 미쳐있다』는 당국자의 논평이 실감날 정도다.
북의 성명에 놀란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NPT 탈퇴결정을 강력히 비난하고 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미야자와 일본 총리는 「진정으로 당혹스런 일」이라면서 재고를 촉구했다. 북한에 가장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면서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방국가들은 북한이 성명대로 NPT에서 탈퇴하여 국제핵사찰을 거부한다면 유엔을 통해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원칙에 일치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NPT에 가입하고도 그동안 핵사찰 의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국제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왔다. 이에 대응하여 IAEA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북한에 대해 1개월안에 특별핵사찰 여부를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북한은 여기에 반발하여 『나라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NPT탈퇴를 결의하고 이를 유엔 안보리에 공식 통보함으로써 탈퇴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수순이 제대로 진행되면 3개월후 북한은 IAEA의 핵사찰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북한의 탈퇴조치 배경은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IAEA의 시한을 원천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평양의 강경수구세력들에 의한 마지막 저항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문제는 북한이 국제적으로 공약한 비핵화의무를 저버리고 IAEA에 의한 국제사찰과 남북한 상호사찰을 거부함으로써 모두가 우려한 대로 핵무기를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의도를 한층 분명히했다는 점이다.
다행히 북의 탈퇴조치가 발효되려면 3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다. 우리는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유엔 등 국제기구와 중국·미국 등 영향력있는 국가들과의 외교적 협력을 통해 북한의 NPT탈퇴 철회,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과 남북상호사찰 수용 등 핵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실현시키도록 해야 한다. 물론 북의 태도로 보아 그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이인모노인을 무조건 북송키로 결정하여 남북대화의 재개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청신호를 보냈다. 정부는 이런 긍정적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되 핵문제 등 부정적 사태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 남북간의 경제협력 확대문제도 새로운 사태에 맞춰 보다 신중하게 재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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