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000시대 눈앞 ‘불꽃 베팅’의 끝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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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18면

코스피지수 2000 고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봉우리를 정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에너지의 분출이 정말 대단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주가 예측을 포기한 모습이다. “시세에 순응하라”는 증시 격언만 되뇐다. “나도 잘 모르겠으니 이젠 당신들이 알아서 시장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무책임하다면 무책임한 태도다.

지금 시장은 합리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국면까지 왔다.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삼성전자가 실체도 없는 인수합병(M&A)설에 떠밀려 6.4%나 급등했다. 조바심이 난 일부 투자자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뛰는 종목에 편승하기에 바쁘다.

전통적인 증시분석 지표들을 봐도 현재 시장은 과열돼 있고, 점차 거품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주가 급등에 힘입어 신흥시장 평균치(13배 수준)에 도달했다. 다른 나라 시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은 더 이상 통하기 힘들어졌다. 이제 주가가 정상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실적이 지금보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란 게 그렇게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비록 거품 영역에 들어섰다고 해도 그 거품이 계속 커진다면 현기증이 나더라도 시장에 딱 붙어있고 볼 일이다. 뛰어내릴 타이밍만 잘 잡는다면 말이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거품의 형성과 붕괴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고 투자의 고수들은 기록하고 있다. 과거 고수들은 어떻게 주가의 정점, 즉 거품의 붕괴 시점을 가늠했을까.

피터 린치는 “사람들이 셋만 모여도 주식 얘기를 하면 나는 팔고 떠날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존 템플턴 경은 “투자자들이 ‘이번은 다르다’는 자아도취적 낙관론에 푹 빠질 때가 시장의 정점”이라고 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셉 케네디는 “구두닦이 소년까지 돈을 벌면 주식을 사는 것을 보고 나는 팔아치웠다”고 썼다. 고수들의 기록을 종합하면 과열·거품 등의 얘기가 여전한 시장은 아직 상투가 아니다. 거꾸로 계속 오르는 일만 남았다는 듯 장밋빛 전망 일색일 때가 꼭지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부동산시장이 딱 그랬다.

얼마 전 만난 국내 증시의 한 투자 고수는 자기만의 주식매매 타이밍을 귀띔해줬다.

대중의 심리를 잡아내 역으로 활용하기엔 신문만큼 좋은 교재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증시과열 운운할 때는 개의치 않고 주식을 꼭 쥐고 있는다고 했다. 그러나 종합 일간지들까지 나서 일제히 1면 톱으로 주가상승 소식을 전하면서, 낙관론 일색의 증시 기사를 쓸 때는 조용히 주식을 처분한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종합지 1면에 주가 폭락 소식과 함께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지 않으면 큰일 날 듯한 기사가 나오면 주식을 되사들인다고 했다. 왜 그럴까. 신문은 그만큼 일반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기에 충실하기 때문일 게다.

지금은 어떤가. 아직 종합 일간지 1면톱에까지 주가 얘기가 등장하진 않는다. 언론은 여전히 증시의 과열을 걱정하고 있다. 아마도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면, 이제 3000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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