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자의 맛있는골프] 초보 골퍼의 황당·혹독 경험기

중앙일보

입력

초보 골퍼님과 라운드를 할때 가장 엔돌핀이 팍팍 분출된다.
 
슬라이스를 격렬(?)하게 내시는 분이 계셨다.
 
그분은 9홀 내내 주위에서 왼쪽을 좀더 보구 쳐야 한다고 작지만 훌륭한 조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본인의 의지대로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보구 티샷을 날렸다.
 
9홀이 지나고 잠시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이제는 슬라이스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는지 동반자분께 물었다.
 
"형님, 제가 왜 페이드가 걸리는겁니까?"
 
"야, 니 볼의 구질은 페이드가 아니고 악성 슬라이스 구질이여. 너같은 사람은 페어웨이가 우측으로 90도 이상 접어져 있는 골프장을 찾아서 가야할꺼다. 그렇지 않으면 전홀 다 OB여~~켁켁켁."
 
"음...너는 일단 릴리스(다운스윙시에 팔이 X자로 교차하는 동작)에 신경을 많이 써야해. 릴리스를 안하니깐 볼이 깍여 맞으면서 사이드 스핀이 걸리는거야."
 
친절한 설명에 우리의 초보자님 "아이구~~~형님, 그러니깐 그게 뭔말이예요? 하나도 못알아 듣겄어요."
 
형님은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동생을 위하여 직접 스윙 시범에 들어갔다.
 
"잘봐라~~~~내 비록 실력은 로스트볼 수준이지만 레슨 하나만큼은 타이틀리스트급이다~~자...봐봐...이렇게...이렇게 팔을 X자로 교차시켜야 볼이 똑바로 가운데로 가지~~~~~"
 
훌륭한 시범을 보인 형님의 스윙을 본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아따! 형님, 왜 멀쩡하게 잘 있는 팔을 비틀고 난리를 친다요~~ 그렇게 팔을 비틀고 난리 치다가 팔이 꺽어지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보상해 준대요? 대한골프협회? 골프장? 그런 행위는 골프 정신에 위배되는거 아닌가요 ????"

"푸~~하하하~~~에라이~~~니 맘대로 쳐라."
 
동생이 이렇게 말을 듣지 않자 형님은 자신의 볼에만 충실하게 쳤고 초보님은 매홀 우측 산에 있는 나무를 이것 저것 다양하게 한번씩 다 맞춰보았다.
 
후반 5홀쯤 지나서일까?
 
형님은 장난기가 발동해서 한홀에 3번씩이나(티샷, 세컨드샷, 등등) 나무를 맞추는 동생을 불렀다.
 
"있잖아.(심각한 목소리로) 너 여기 골프장 경기과에서 연락왔는데 이따 끝나고 나무값 물어내고 가란다."
 
"에이~~~형님 무슨 나무 쪼금 맞췄다고 돈을 내요???"

그러자 형님왈 "야들아~~(동반자분들에게) 내말이 맞지?"
 
(동반자분들) '끄덕끄덕.'
 
"니가 맞춘 소나무가 이 골프장에서는 정숙하기로 소문난 소나무라 엄청 비싼건데 니가 아까전에 그 소나무를 공으로 맞춰서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먹었잖아. -_-"
 
그제서야 우리 초보님 사태가 심각해짐을 느꼈는지 배추에 소금을 절여 숨이 죽은듯 기가 팍 죽은 채 "얼~마~내~래요~~~ -_-"
 
"5만원만 내란다. 그것도 깍아준거 같은데…."
 
그는 지갑을 열고 5만원을 꺼내 형님에게 건냈다. 동반자분들은 말없이 웃으며 끝나고 돌려주자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늘집 도착.
 
그늘집 아가씨 "고객님 락카키번호랑 존함 한분만 말씀해 주십시요."
 
"네 150번 김초보(가명 )입니다." (이렇게 매번 그늘집마다 150번 김초보님 이름을 대면서 음료수 및 빵등을 마구
마구 드셨다.)
 
5만원을 뜻하지 않게 갈취당한 김초보님은 마지막 그늘집에서 드디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
 
"형님!!! 아까부터 저, 참다 참다 말 하는건데요~~~ 왜 매번 그늘집에서 제 이름이랑 제 락카번호 대고 음식 먹었잖아요~~~그쵸?"
 
"그래. 그게 뭐 어때서???"
 
김초보님 왈 "이번 그늘집에서는 형님이 좀 사면 안되요? 왜 저만 맨날 사요? 저 돈도 많이 안가지고 왔는데 흑~ 흑~ -_-"
 
"푸하하하~~~이녀석아 니 번호 대고 음식 먹는다고 니 앞으로 빵값이 다 나오냐? ㅍㅎㅎㅎㅎ 내가 저녀석때문에 오늘 실컷 웃네~~~"
 
그렇다. 김초보님은 그늘집마다 본인의 락카키를 대는 형님들을 마음속으로 미워하고 저 멀리서 눈을 흘기고 다녔던 것이었다. ㅋㅋㅋ.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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