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비엣박의 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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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비엣박의 숲’ - 호찌민(1890~1969)

비엣박의 숲은 정말 좋다

하루 종일 새가 지저귀고

손님이 오면 구운 옥수수를 대접하고

사냥한 산짐승을 구워 술잔을 기울인다

푸른 산과 파란 물, 여유롭게 거닐고

달콤한 술, 신선한 차 어찌 취하지 않으랴

항전에 성공하여 다시 돌아오리

옛날의 달과 학, 이 봄과 함께



 호찌민은 베트남의 민족 지도자. 대저 지도자들은 모두 시를 쓸 줄 알았다. 고독한 산악에서 잠시 언어를 만짐으로써 위안을 받고 결의를 다졌다. 1947년 베트남 북서부 산악지역 비엣박에서 베트남민주공화국 정부평의회가 탄생하기 전날 밤 풍경이다. 이튿날 전국에 라디오로 방송된 역사적인 시. 달과 학, 봄과 함께 돌아오리란 호연지기는 단단하며 정취는 빛난다. 부산외대 배양수 교수 번역.

<고형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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