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오싹한 실습실 시각효과 강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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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감독:손태웅
출연:한지민, 오태경, 온주완, 조민기
장르:공포·스릴러
등급:15세
20자 평: 음향효과를 잘 갖춘 병원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실이라면, 별별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기에 맞춤한 곳이다. 그 이야기를 입으로 전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게 영화다. 헛것인지 아닌지 모를 귀신과 겁에 질린 표정을 눈으로 보여주고, 날카로운 비명과 무시무시한 음향은 귀로 들려줄 수 있다. 공포영화 ‘해부학 교실’이 이런 경우다. 특히 시각효과가 강하다. 공들여 만든 커대버(실습용 시체) 모형과 대낮에도 냉기가 흐르는 듯한 실습실을 비롯, 이전의 국산 공포영화들에 비해 새로운 볼거리가 뚜렷하다.

주인공은 같은 실습조에 속한 6명의 의대생. 말 못할 가족사의 비극 때문에 곧잘 악몽에 시달리는 선화(한지민)를 중심으로 개성이 제각각이다. 안 그래도 겁나는 실습 첫날, 이들에게 배정된 커대버는 유독 젊은 여성이다. 무슨 사연일까. 궁금하긴 해도 일단 실습은 통과해야 한다.

공포가 본격화하는 것은 한밤에 나 홀로 실습실에서 공부하던 의대생 하나가 시체로 발견되면서부터다. 그것도, 심장을 도려내고 의사의 솜씨로 꿰매 놓은 시체다. 엄격한 지도교수(조민기)는 뭔가 아는 듯한데 입을 열 리 없다. 커대버가 된 여성의 신원을 좇기 시작한 이들은 환자에 대한 헌신보다 명예욕을 앞세운 어느 의사의 탐욕을 발견한다.

 볼거리에 비하면 이야기는 절반쯤만 새롭다. 악몽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같은 화면 안에서 보여주는 기법도 좋고, 인물의 특징을 차례로 도드라지게 하는 전개도 좋다. 곳곳에 건축물의 기하학적 특성을 공포의 이미지로 포착하려는 시도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 와르르 쏟아내듯 설명조의 영화가 되는 게 아쉽다. .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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