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 돌파했지만…" 펀드매니저들 '찜찜'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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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최초로 1900을 돌파했지만, 국내 운용업계 펀드매니저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철저한 업종별 순환매 구도 속에서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급등이 삼성전자(635,000원 6,000 +1.0%), 하이닉스(38,200원 500 +1.3%)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의 주가상승에서 비롯된 만큼, 1900돌파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재헌 도이치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 장세는 돈의 힘, 즉 유동성이 가장 큰 상승동력"이라며 "유동성에 의한 업종별 순환매가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다음 순환매가 어떤 업종으로 이어질 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시장 수익률을 추월하기에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송 본부장은 "조선주와 IT,은행주도 같이 상승하는 흔치않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환율문제 역시 원화강세 시기에는 수출주보다는 내수주가 강한 게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수출주가 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본부장은 "지수상승폭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상승세를 추월할 종목을 찾기가 쉽지않다"며 "조금이라도 상승폭이 큰 종목을 찾기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가치주 펀드매니저들로서는 수익률 급등에 대한 우려와 부담감도 표현하고 있다.

국내 펀드 중 최장기 상품인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주식1을 운용중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는 첫 운용보고서를 통해 3개월간 40%에 육박하는 급격한 고수익을 냈지만 부담감이 크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 20년 주식운용 경험 중에서도 최근과 같은 강세장은 드문 경우"라며 "10년 펀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며, 목표수익은 연간 은행 정기예금을 상회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세상승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은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옵션만기일 물량 출회에 대한 우려 역시 회자되고 있다.

배찬중 오크우드투자자문 펀드매니저는 "이달 들어 1740포인트에서 쉬지않고 내달린 부담이 있어 단기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며 "3분기 어닝시즌까지는 강세가 지속되다 이후 가격부담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찬 교보투신운용 AIS팀장 역시 "너무 빨리 오른 장에서는 조금 흔들린다 싶으면 매도세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주식형 펀드 설정 증가가 이어지는 한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며 "다만 얼마나 천천히 오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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