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았는데 … 또 '사우디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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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8년 만의 승리가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갤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21분 최성국의 헤딩슛으로 1-0으로 앞서갔지만 32분, 스로인 미스와 수비수 오범석의 반칙이 겹치면서 페널티 킥을 허용,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조재진을 원 스트라이커, 염기훈과 최성국을 양 날개로 세운 한국은 미드필드를 거쳐 좌우 공간으로 펼쳐주는 정공법을 택했다. 사우디는 수비 뒤 공간으로 긴 패스를 띄우고 말렉의 빠른 돌파로 찬스를 노렸다. 그러나 한국 수비진의 자물쇠 방어에 막히자 개인기에 의존하는 중앙돌파로 바꿨다. 한국은 전반 15분 이후 왼쪽 윙백 김치우가 과감하게 오버래핑에 나서고 염기훈의 돌파가 살아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24분 한국은 역습으로 말렉에게 단독 기회를 내줬으나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전반 막판 한국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41분, 오범석이 수비 2명 사이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조재진이 그림 같은 오버헤드슛을 날렸으나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44분에는 김치우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기습 중거리 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다리에 맞고 튕겨나갔다. 한국은 선수 교체 없이 후반을 맞았다. 전반 흐름이 괜찮았다고 본 것이다. 후반은 완전히 한국의 페이스였다. 측면 돌파는 빠르고 날카로웠다. 한국응원단의 "대한민국" 응원 소리도 커져만 갔다. 후반 21분 염기훈이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단신(1m70㎝) 최성국이 수비 뒤에서 뛰어들며 헤딩 골을 꽂았다. 감사 기도를 올린 최성국은 곧바로 이천수와 교체됐다. 선수 교체가 조금만 빨랐어도 최성국은 골 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후반 21분 선제골을 터뜨린 최성국이 양팔을 벌려 골 뒤풀이를 하고 있다.[자카르타=뉴시스]

그러나 11분 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말렉의 돌파를 막던 오범석의 손이 말렉의 가슴에 닿았고, 말렉은 과장된 몸짓으로 넘어졌다. 호주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야세르 알 카타니가 가볍게 꽂아넣었다. 후반 39분35초에 경기장 조명이 중앙 일부만 남기고 꺼져 경기가 24분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한국은 15일 바레인과 2차전을 갖는다.

자카르타=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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