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금리인하」 한달/경기 계속 “낮잠”/기업,투자관망… 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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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리는 내려/은행,신상품 개발 등 변신 노력
1·26금리인하 조치가 이뤄진지 25일로 한달이 지났다. 그러나 자금수요는 일지 않고 침체의 늪에 빠진 경기도 아직 꿈틀거리는 기색은 없다. 금리인하뒤 가장 뚜렷한 현상은 실세금리의 하락과 은행의 영업형태 변신이다. 실세금리의 대표인 회사채수익률(3년만기 은행보증)은 24일 86년이래 가장 낮은 12.4%까지 낮아졌다.
한은은 급기야 24일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수익률을 61년 첫 발행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12%로 인하해 실세금리 하락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실세금리안정이 과연 금리인하 때문이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설이 낀 지난 1월 당국이 18%의 총통화증가율을 예상했는데도 17.5%의 증가에 그치는 등 기본적으로 자금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금리인하조치가 없었어도 실세금리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을 거라는 이야기다. 2월에도 총통화증가율은 20일 현재 당초 관리목표 17%에 훨씬 못미치는 15.4%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돈값이 떨어졌는데도 기업들의 돈수요는 오히려 둔화됐다. 계절적으로 자금 비수기인데다 새정부 출범과 겹쳐 기업들이 선뜻 투자여부를 결정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소 65% 수준이던 기업들의 당좌대출한도 소진율이 50% 내외에 그쳐 이달들어 20일 현재 당좌대출 잔액이 1월말보다 5천1백74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빚이 많은 기업(주로 대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이자가 낮아지는 직접적인 효과를 본데다 대출세일을 하는 단자사에서 상대적으로 싼값에 돈을 빌려다가 은행의 당좌대출을 갚는 현상까지 보였다.
금리가 낮아지자 그동안 고금리에 익숙해있던 시중자금이 갈곳을 몰라하고 있다. 그래도 금리가 높은 편인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행의 신탁상품쪽에 몰리고 있으며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여겨지던 증시에서는 불안감 때문에 2월부터 고객예탁금이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자율화를 앞두고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며 영업형태의 변신을 시도,제2금융권의 강력한 반발속에서도 자기앞수표 발행·온라인 송금수수료 징수 등 2단계 수수료 현실화를 강행했다.
안전한 가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소매금융 예금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대출상품쪽에도 새상품을 만들고 대출한도를 높이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대출세일시대의 전초전을 예고하고 있다.<양재찬기자>
◎1·26이후 금리인하 일지
▲1.26 은행의 예금·대출금리와 한은의 재할인금리 인하
▲1.27 통화채·국공채·금융채 발행금리 0.25%포인트 인하
▲1.28∼30 은행 당좌대출·상업어음할인 등 자유화대상 금리 추가인하
▲1.29 단자사 기업어음 등 자유화대상 여신금리 1%포인트 인 하
▲2.2 보험사 대출금리 2%포인트 인하
▲2.3∼4 은행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1%포인트 인하
▲2.4 단자사 자유화대상 여신금리 1%포인트 추가인하
▲2.5 통화채 국공채·금융채 발행금리 0.25%포인트 추가인하
▲2.8 투신사 수익증권 등 실적배당상품 수익률 0.5∼2.5 %포인트 인하
▲2.17 재정자금 금리 1%포인트 인하 추가적용
▲2.24 통화채·국공채·금융채 발행금리 0.25%포인트 추가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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