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캠프 오늘 고소 취소 가능성 …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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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이 10일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가 제기한 고소를 취소하는 쪽으로 기운 것은 나름의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백기 투항 아니냐'는 비난까지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대신 검찰 수사에 의해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막겠다는 생각이다.

2002년 검찰이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를 수사하면서 김대업씨의 주장을 여과 없이 흘리는 바람에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이 증폭돼 침몰했다는 게 이명박 캠프의 시각이다.

캠프에서는 이날 하루 종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오전과 밤 늦게 두 차례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고소 취소를 주장하는 '온건파'와 강행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정면 충돌했다.

온건파의 논리는 "이대로 내버려 두면 검찰이 수사를 끌면서 이 후보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라는 것이었다.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박근혜 후보 측 의원들을 처벌해 달라는 고소 취지와는 달리 검찰의 칼끝이 이 후보에게 향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이런 온건파를 이끈 것은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과 이 후보의 친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었다. 검사 출신인 박 위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유포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부의장도 "고소 취소를 촉구해온 당 지도부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른'으로 대접받는 두 사람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 게 이 후보 캠프의 구조다. 이 후보 본인은 서둘러 고소를 취소하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두 사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일단 분위기는 취소 쪽으로 기울었지만 캠프로서는 고민이 여전하다.

우선 이대로 고소를 취소할 경우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측은 캠프 법률지원단이 확보해 놓은 김재정씨의 금융거래 명세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혹 해명에 나서기로 했다. 김씨의 재산이 이 후보의 차명재산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캠프의 기대대로 수사를 중단해줄지도 우려스럽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검찰의 의무"라며 수사 강행 의지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를 계속한다면 이 후보 캠프로선 '검찰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던 명분과 '이 후보를 보호하겠다'는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처하는 것이다.

박형준 대변인이 계속해서 "11일 오전 회의가 끝날 때까진 고소 취하 여부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고소 취소 강행의 가능성은 55:45 정도"라고 말하는 데는 이런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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