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세무조사 왜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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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세청이 이번 주말부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하지만 최근 수입차 업계가 차량 가격을 부풀렸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자칫 불똥이 업계 전체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10일 “이번 세무조사는 회사 설립 5년이 지나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라며 “가격을 높여서 부당이득을 취한데대한 조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국세청으로부터) 그런 내용의 통보를 받은바도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개별기업에 대해 일일이 세무조사 이유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통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5~6년마다 한다. 국세청은 벤츠코리아가 설립된 지 5년이 지나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모든 기업을 다 이렇게 세무조사하지는 않는다.

 국세청과 업계 주변에서는 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수입차 업체의 수입과 판매 내역에 대해 정밀 조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수입차 업체인 벤츠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수입차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지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다른 수입차 업체로 조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벤츠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자동차를 사 오는 가격이 미국·일본보다 비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국내분 이익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벤츠코리아의 전 수입판매상에 따르면 벤츠 대형세단 S500L의 소비자가격은 미국이 약 9092만원, 일본은 1억1115만원이지만 국내 소비자가격은 2억66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전 딜러사 관계자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한국닛산·PAG코리아·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한불모터스·GM코리아 9개사의 지난해 판매액은 1조8748억원으로 전년보다 34.7% 늘었다. 하지만 이익 증가율은 이의 3배가 넘는 102.5%에 달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볼보코리아·다임러크라이슬러·프리미어오토모티브코리아(볼보·재규어 수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프리미어오토모티브코리아는 지난해 31억원을 세금으로 추징당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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