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T] 값 내린 PS3 … 소니 영광 되찾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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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소니가 미국 PS3 판매가격을 내린 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 소머빌의 한 매장에서 고객이 PS3로 게임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잃어버린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다시 장악하라-. 일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미국에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 가격을 9일(현지시간) 599달러에서 499달러로 100달러(17%) 내렸다. 이와 함께 게임기 저장 용량을 기존 60기가바이트에서 80기가바이트로 늘린 PS3 신제품을 599달러에 선보였다. "다른 게임기에 비해 비싸다"거나 "저장 공간이 경쟁 제품에 비해 부족하다"는 시장의 지적을 의식해 내놓은 조치다.

PS1과 PS2로 세계 게임기 시장을 장악해 온 소니는 지난해 11월 야심작으로 PS3를 내놨지만 일본 닌텐도의 '위(Wii)'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360'에 밀려 고전해 왔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Wii가 그동안 미국에서 280만 대가 팔린 반면, PS3는 140만 대 팔리는 데 그쳐 소니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이런 부진 때문에 PS의 아버지로 불린 구다라기 겐(久多良木健.57)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물러나고 미국법인 대표 출신인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46)가 새 CEO에 임명되기도 했다. 히라이는 취임 직후 "PS3 판매 증대"를 선언했다. 이번 가격 인하 조치와 신제품 출시는 닌텐도와 MS에 대한 히라이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그러나 PS3 가격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X박스 360보다 20달러 비싸고 Wii의 2배가량 된다. 그러나 소니는 PS3가 고화질 DVD '블루레이'를 내장한 점을 고려할 때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소니는 이번 조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잭 트레톤 SCE 미국 대표는 "값이 비싸 사기 힘들다는 고객이 많았는데 값을 내린 만큼 판매량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인하가 바로 판매 증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 시장조사업체 IDC의 애널리스트 빌리 피드전은 "가격 인하는 좋은 출발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며 "소니에 가장 필요한 것은 더욱 많은 게임 타이틀의 공급"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게임업계에선 MS가 소니에 대응해 X박스 가격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MS는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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