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메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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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장 담그는 철이 다가왔다. 콩을 주원료로 한 발효식품인 간장· 된장·고추장 등 장류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조미료로 꼽히고 있다. 요즘 아파트촌에서는 장 담그기가 쉽지 않지만 시골마다 농가소득사업의 일환으로 메주를 띄워 팔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메주를 사서 비교적 손쉽게 장을 담글 수 있다.
전북 부안군 상서농협관내 23가구 농민들은 도시의 주부들이 장을 담글 수 있도록 지난 88년부터 전통메주를 손으로 빚어 농협을 통해 팔고 있다. 메주는 전국 어디서나 만들 수 있지만 이 고장 농민들은 공기 좋고 물 좋은 부안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공해 없이 메주를 빚는 점을 자랑하고 있다. 소금은 전주의 음식 맛을 유명하게 한 서해안의 천일염을 쓴다. 부안 메주는 효소와 화학약품 등을 쓰지 않고 태양열로 30일 이상 건조시킨 후 방에서 자연 발효시키는 게 특징. 6개들이 박스당(8·4∼9kg) 2만4천원 선으로 값이 비싸지 않다.
재래식 메주로 장을 담그려면 장 담그기2∼3일전 메주를 깨끗이 털어 씻은 후 햇볕에 잘 말리고 하루전날 소금 한말에 물 3말을 부어 가라앉히면 된다. 가라앉힌 소금물에 메주덩어리를 담아 넣고 메주가 뜨도록 소금을 더 넣은 뒤 2일 후 숯을 빨갛게 달구어 넣고 붉은 고추를 5개정도 넣으면 좋다는 게 이 지역 농민들이 소개하는 장 담그는 요령.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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