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로 디지털단지, 새 벤처 밸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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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벤처기업들은 2000년 이후 테헤란 밸리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높은 임대료(평당 월 6만5000~10만5000원)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새로 생긴 구로·분당·가락 벤처 밸리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속출한 탓이다. 한편으로는 중견업체로 성장하다 보니 사무 공간이 부족해져 어쩔 수 없이 떠난 곳도 생겨났다.

‘신 벤처 밸리’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구로 지역 디지털단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구로단지 내 벤처기업 수는 859개로 2000년 말(84개)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테헤란 밸리가 있는 강남구의 벤처기업 수(828개)를 앞지른 것이다. 지난해 말엔 벤처기업협회마저 테헤란 밸리에서 구로단지로 이사했다. CJ인터넷·신세계I&C·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 IT 계열사도 속속 구로단지로 이주해오고 있다. 송영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규제 완화와 저비용,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구로 지역이 벤처 밸리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분당 지역도 양호한 접근성 및 쾌적한 근무환경 덕분에 1990년대 말부터 통신업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성남시는 2005년 준공한 분당 벤처타운 임대료를 평당 월 2만200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하는 등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분당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은 NHN·휴맥스 등이 있다.

가락 밸리의 키워드는 소프트웨어(SW)다. 2001년부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한국소프트웨어공제조합 등이 들어서면서 관련 업체도 함께 몰려들었다. IT벤처타워와 소프트웨어진흥원 건물을 중심으로 SW 업체들이 밀집해 ‘SW 밸리’로 불리고 있다.

이밖에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상암동 디지털콘텐트단지와 판교 테크노밸리도 ‘신 벤처 밸리’로 각 광을 받을 전망이다.

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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