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바람 거센 일 지방선거/이석구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에서는 요즘 지방으로부터 거센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젊은 개혁세력들을 잇따라 선택하고 있다. 시장선거 등에서 현직 시장이나 지방의원,기성정당출신들이 낙선하고 30∼40대의 젊은 기수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지난 7일 실시된 야마구치(산구)현 야나이(양정) 시장선거에서 34세의 회사 임원출신이 당선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시의원 3회,현의원 2회를 역임한 상대후보를 물리쳤다.
지난 1월24일 실시된 후쿠오카(복강)현 야메(팔녀) 시장선거에선 자민당과 민사당이 공동으로 밀었던 4선 경력의 현직 시장이 큰 표차로 참패했다.
이에 앞서 1월17일 니가타(신사)현 시라네(백근) 시장선거에서는 일본 신당의 추천을 받은 43세의 치과의사가 당선됐다. 현직시장은 자민·사회·민사당 3대 정당이 추천한 막강한 인사였다.
시즈오카(정강)현 고덴바(어전장) 시장·니가타현 쓰가와(진천) 정장선거(1월31일)에서도 모두 40대의 신인이 당선됐다. 상대후보는 자민·공명·민사당의 추천을 받은 조직과 자금이 풍부한 후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젊음을 무기로 지방행정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것을 선거구호로 내세워 당선됐다. 이들은 행정경험도 없고 기존정당과 관계도 별로 없으며,조직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일본의 선거는 대개 입후보단계에서부터 이미 당락이 판가름나는 조직선거다. 바람선거가 통하지 않는다. 일본의 지방선거에서 현직이 낙선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도 이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같은 선거풍토에 새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기존정치에 변화를 요구하고 지방은 중앙정치에 깊은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곧 다가올 동경도 의회선거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본 정계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일본 신당 등 개혁세력들의 움직임과 유권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으로부터 불어오는 이같은 바람이 미풍으로 그칠지,아니면 태풍으로 변해 일본 열도를 강타할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