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 5일 밤 고교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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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5일 오후 10시 불쑥 서울 강남의 휘문고를 찾아갔다. 2008학년도 대입을 앞둔 고3 교실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시험기간이고 방과 후여서 학생들은 없었지만 교사들은 만날 수 있었다. 교사들은 하나같이 "제발 학교의 불안을 빨리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부총리는 거기서 다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뭔가 확실히 정리해야겠다'고 했다"며 '내신 수습안'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6일 기자 브리핑 때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학)제재'라는 말 대신 '당부'와 '희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던 것과는 달랐다.

정부가 강공 일변도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조짐은 청와대에서 먼저 감지됐다. 청와대 김정섭 부대변인은 5일 김 부총리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이 4일 합의한 것에 대해 "잘 된 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2008년 대입과 관련된 최종 입장을 발표하며 "대학 입학 요강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거나 규제하지 않겠다" "폭넓게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또 정부와 대학 간 사회적 완충장치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학부모.교사.대학 등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각 대학이 정한 내신 반영비율을 검토한다. 반영 비율이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준에 이르지 못한 대학에 대해선 위원회가 제재의 정도와 수단을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서남수 차관은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도는 2005년 안병영 부총리가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발표한 직후에도 있었다. '교육발전협의회'라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후임 부총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화됐다.

강홍준.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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