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공시생' 답답한 상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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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재들이 창조적이고 활동적인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이 답답합니다'(아이디 joomillion).

8일 치러지는 서울시 7, 9급 공무원 채용시험을 위해 지방에서 7만여 명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서울로 대이동하는 진풍경을 보도한 본지 기사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런 댓글을 올렸다. <본지 7월 6일자 2면>

다른 네티즌은 이런 글을 썼다. '워낙 일자리가 없다 보니…. 내 친구들만 해도 태반이 직업 없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알바 자리도 못 구해 난리인데' (아이디 parkjs_21c).

공시생의 대이동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1999년부터 서울시가 응시자의 거주지 제한을 없애면서 지방의 수만여 젊은 인재들이 매년 서울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새벽 열차를 탔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 직업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지방에서 마땅한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이들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전이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몇년 전부터는 '1박2일 공무원 시험 패키지'라는 특별한 상품까지 나와 성행할 정도다.

대구 드림팩토리 고시학원 황영주 원장은 "직장을 간절히 원하는 수험생들이 편하게 시험을 봐 한 사람이라도 더 합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돈도 안 되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일자리만 생긴다면 이런 고생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8일 새벽 기차를 탈 예정인 대구의 김모(28)씨는 "직장만 구할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새벽 기차를 타겠다"며 허허 웃었다. 현직 공무원들도 이런 공무원 시험의 인기를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평균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능력 있는 후배들이 들어올 테니 반갑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증거 아닌가요."

경력이 20년 넘은 5급 사무관의 말이다. 다른 공무원은 "젊은 인재들이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일자리에 도전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으니 하급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게 나라 장래에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해법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인데... 그런 시절이 올까요?" 수험생들의 이 한마디가 기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