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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지율 한자리 17인 '2007년판 노풍' 꿈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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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범여권이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너도 나도 출마 대열에 섰다.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시사한 인사가 6일 현재 17명이다. 범여권 주자 6인 연석회의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의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뛰어든 데 이어 열린우리당의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신기남 전 의장, 김원웅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마를 공식화하거나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통합민주당에선 이인제 의원, 추미애 전 의원, 신국환 의원,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나섰다. 시민사회 대표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청와대의 김병준 전 정책실장이 범여권 주자군에 올랐다.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민주당 탈당)은 지난달 중앙선관위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주변에서 출마설이 나오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 김민석 전 의원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까지 더하면 20명이 넘는다. 정당을 하나 만들면 금세 국회 교섭단체(20명)가 될 만한 숫자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대체로 한국의 대선은 양대 정당 후보의 1대1 구도 또는 여기에 외부 주자 한 명이 경쟁하는 3각 구도가 일반적이었다"며 "범여권의 후보 난립은 현대정치사에 전례 없다"고 말했다.

1997년 대선 때 이회창.이홍구.이수성 등 신한국당의 이른바 '9룡' 경쟁이 있었지만 당시는 신한국당의 당내 경쟁이었던 반면 이번 범여권의 움직임은 내부 통제가 불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묻지마 출마'를 방불케 하는 범여권의 출마 러시엔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 효과'가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당시 노 후보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눌렀다. 대선을 석 달 앞두곤 이회창.정몽준 후보(30%대)에 비해 여론 지지율 15%대로 크게 밀리고도 노풍을 살려 대선에서 이겼다.

이런 경험 때문에 범여권 주자들은 내심 이번에도 국민 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통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민'의 박성민 대표는 "범여권 누구도 지지율 한 자리를 넘지 못하고 있어 너도 나도 대표 주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만한 여건"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범여권은 대통합파, 청와대와 친노 그룹, 통합민주당으로 삼분돼 있다. 중심이 없는 만큼 막후 조정을 할 수도 없다.

튀는 공약도 나온다. 김두관 전 장관은 '수도권 내 1가구 1주택으로 소유 제한'을 제안했고, 김영환 전 장관은 '판문점 내 제2의 KAIST 건립'을 내세웠다. 대선 이후 4개월 만에 치러질 총선(4월)을 염두에 둔 '얼굴 알리기용 출마'라는 비판도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범여권이 재편될 때 대선 출마자로서 지분을 행사하고,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알려 총선 때 입지를 유리하게 하려는 측면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은 "이렇게 후보가 많이 나오면 국민을 우습게 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호남에 지역구가 있는 통합민주당의 한 의원도 "미국에선 펀드 레이징(대선자금 모금 경쟁) 등을 통해 당내 경선 과정에서 (군소) 후보들이 스스로 물러난다"며 "대선이 우스꽝스러워 보이진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병건.이가영 기자<mfemc@joongang.co.kr>

사진=조용철.오종택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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