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깨끗한 버스 몰죠"|「안방처럼 청결한 차」운전기사 김포교통 김천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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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청결버스기사」김천수씨(50·김포교통). 그가 운전하는 41번 버스(서울 방화동∼미도파)는 깨끗하기가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김씨의 차(서울5사1422)안에서는 휴지·과자봉지 등은 물론 씹다버린 껌 하나 발견할 수 없다. 운전석 밑에서 앞문부근까지 깔린 장판은 항상 반들반들하다. 그가 운전하는 차의 내부는 웬만한 안방보다 깨끗할 정도다.
『더러운 것은 못 보는 성미입니다. 일년 열두달 내가타고 다니는 차인데 불결하면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김씨는 승객은 물론 자신의 기분·건강을 위해 차안을 깨끗이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렇듯 차안을 깨끗이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 85년 버스기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과거보다 차내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사람들이 최근 더욱 늘자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 「버스청결운동」을 시작했다.
김씨는 아크릴판에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차내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써 운전석옆 차 천장에 달고, 쓰레기통·오물봉지를 좌석 앞에 자비로 비치했다. 그는 또 승객들에게 자신의「청결 결심」을 알리기 위해 운전석에서 앞 출입문 부근까지 장판을 깔고 구두를 벗어놓은 채 실내화를 신고 차를 몰았다.
그러나 이런 그의 「청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차안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가래침을 뱉어대는 승객들이 있다. 이럴 때면 김씨는 곧바로 가까운 정류장에 차를 세우고「후안무치」한 승객 앞으로 가 아무 말 없이 침을 닦아 내거나 쓰레기를 주워 비치된 봉지 안에 넣는다.
『휴지 등 쓰레기는 30대 전후의 여성승객들이 주로 버립니다. 가래침은 남자승객들이 많이 뱉는데 노선 1회 왕복에 십수차례 적발할 때도 있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무언의 경고이자 다소의 경멸이 담긴 그의 이런 유별난 행동으로 그가 운전하는 41번 버스는 배출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 김씨가 소속된 김포교통의 90여대 버스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량은 압축분을 기준으로 1주일에 2·5t트럭 2대분. 그나마 최근 회사가 김씨의 제안을 빋아들여 전 차량에「쓰레기 버리지 말기」스티커 등을 붙인 효과 덕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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