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없인 경쟁력 없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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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행정서비스에도 비용개념이 확실하게 도입되지 않고서는 경제활력이 회복되거나 국가경쟁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행정에 대한 국회와 정당의 견제기능이 각종 규제의 완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발휘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정부규제가 지나치게 발동돼 이제는 그것이 기업활동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에까지 불편과 뿌리깊은 불신을 낳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각 정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민간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가 개방화와 국제화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고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 행정규제 완화에 대한 국회의 관심이 입법활동 등으로 행동화 되어야 할 것이다.
민자당은 김영삼차기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구체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우선 실무조사단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시기가 지나치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집권당이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에 미치는 정부규제의 형태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연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공장설립이나 수출입에 관한 절차,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데 드는 과도한 행정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드러내야 한다. 정부 규제에 의해 각종 시장 진입이 제한되고 이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이 한국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얼마나 많은 손실을 가져왔나 하는 실태를 일일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컬러 텔리비전이나 무전기에서부터 플랜트사업의 개발·판매에 이르기까지 가해졌던 권위주의적 규제행정은 이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국민의 참여와 기업의 창의력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행정규제완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이나,일본이 장기 불황의 탈출구로 민간활동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시장경제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수차례에 걸쳐 행정규제 완화를 한다고 많은 조치를 취해왔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그러한 조치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느냐에 대한 행정조직의 의식개혁이 말단 기관에까지 이르지 못해 조치의 이행속도가 매우 더뎠다. 행정내부의 의사소통이 말단에까지 이뤄지지 않아 지역에 따라 혼선이 빚어지는 등 내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민자당이 검토하고 있는 가칭 「기업경영활동 규제완화를 위한 특례법」은 자칫 일선 조직이 소화하기 어려운 형식론에 그칠 우려가 있다. 행정규제 완화가 체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추진되려면 법령의 정비와 함께 관료들의 의식 개혁이 병행되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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