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무산됐다' 할말도…넋도 잃어 버린 평창 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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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무산됐다.

프라하에 이어 과테말라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준비했던 샴페인도 터뜨리지 못했다. 2014개의 풍선도 날아오르지 못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소치’를 호명하는 순간 평창 주민들은 넋을 잃었다. 할말도 잃었다. 어린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새벽부터 평창군청 광장에 모여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를 염원했던 2000여 명의 주민들은 소치 유치를 "믿을 수 없다"며 허탈해 했다. 아무도 평창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를 의심하지 않았던 주민들은 유치에 실패했음에도 "예스 평창"을 외치며 2018년 도전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새벽 5시 어머니·동생과 함께 군청 광장을 찾은 박소현(12· 평창초 6년) 양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근에서 평창 유치를 염원했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박양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만 울라” 고 달랬으나 박양은 더욱 서럽게 울었다. 광장을 빠져 나가기까지 10여분을 그렇게 눈물을 흘린 박양은 “꼭 될 줄 알았다. 너무 분하다”며 울먹였다.

4일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열린 유치기원 전야제에 참석하고 밤을 꼬박 새운 채 군청을 찾았다는 최상희(40· 용평읍 노동리)씨는 “유치를 기원하며 시문학의 밤도 여는 등 많이 노력했는데 아쉽다” 며 “또 기회가 주어지면 더 열심히 준비해 꼭 유치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권혁승 군수는 권순철 부군수가 울먹이며 대신 읽은 ‘군민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지난 8년 동안 어린이와 어르신까지 흘린 땀과 열정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며 “”전 세계에 알려진 평창의 이름으로 다른 어떤 일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군민을 위로했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지만 평창에서 메달을 따려고 준비하는 꿈나무들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스키 점프와 크로스컨트리 복합경기인 노르딕콤바인 종목의 국내 최초 선수로 20일 독일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박제언(15· 평창 도암중 2년)군은 “홈그라운드 이점은 사라졌지만 소치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 오늘 평창 주민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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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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