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색」재현에 바친 10년|한광석씨「전통 염색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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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통 염색기법의 복원과 고유색의 재현에 힘써 온 한광석씨(35)가 그 동안의 성과를 선보이는「전통염색전시회」를 다음달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학고재(739-4937)에서 갖는다.
산업사회로 들어선 이후 맥이 끊긴 전통염색작품이 전통공예 전에 한두 점 출품된 적은 있으나 개인전 형태로 본격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적·청·황등 오방색과 연분홍에서 군청색까지 다양한 농도의 간 색을 때깔 스럽게 물들인 삼베·모시·명주·무명 등을 출품하는데 현란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기품을 느끼게 한다.
한씨는 푸른색 계통은 쪽(남)으로 염색하고, 노란색 계통은 치자·울금·황백·황련·달구 장 풀에서 얻고, 붉은 색은 농도에 따라 잇꽃(홍화)이나 소목을 쓴다.
또 보라색은 야생 지초로 내고, 주황색은 봄에 물이 오른 소나무의 속껍질에서, 갈색 계통은 풋감·풋밤의 속껍질이나 풋 수수·준 저리 콩에서. 미색은 오배자에서, 연록 색은 숙에서, 회색이나 검정 색은 먹에서 얻으며, 회청색은 산죽 나무 태운 재 또는 진달래 가지를 태운 재로 만든다.
이처럼 한씨는 염색재료를 주로 식물에서 얻는다. 그가 색을 구하는 식물은 그밖에도 맨드라미·봉숭아·담쟁이덩굴 씨·뽕나무·차 잎·칡·회나무꽃잎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각종 고문헌과 노인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체득한 전통염색법 가운데 그가 가장 아끼는 염색법은 쪽 염색이다. 쪽 염색은 옅은 옥색에서부터 맑은 하늘색을 거쳐 깊은 물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4계절에 어울리고 우리의 피부색과도 잘 맞으며 잇 꽃의 분홍이나 꼭두서니의 연분홍, 치자의 노랑, 지 초의 붉은 보라 등과도 곱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한씨는 전통염색의 장점으로 세월이 흘러도 화학염료처럼 퇴색하지 않고 깊은 맛이 더해지는 점과 자연염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고 좀 등 벌레가 슬지 않는 점을 든다.
그러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씨의 전통염색법에 따라 고유색을 물들인 옷감들은 너무 비싸다는 게 흠이다.
시중에서 50만원에 팔리는 모시 한 필이 2백만∼2백50만원(안동포는 3백 만원), 명주는 한 필에 2백50만∼3백 만원, 삼베와 무명은 반 필에 1백만∼1백50만원이다.
재료를 구하기 힘들고 일일이 손으로 물감을 들이는 바람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 라는 것.
미술사가 이태호씨(전남대 교수)는『전통염색을 대중화하려면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염료의 개발과 염색기법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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